“이지훈, 바다호랑이 슬픔 속으로 잠기다”…연기 인생 뒤집은 내면 고백→관객 가슴에 긴 여운
어둑해진 조명 아래, 이지훈은 마치 수면 아래 잠긴 듯 감정의 결을 한 가닥 한 가닥 스크린에 펼쳐 보였다. 늘 환한 미소와 유쾌한 에너지를 내비쳤던 이지훈은 이번 영화 ‘바다호랑이’에서 모든 익숙함을 지워낸 채, 민간 잠수사 나경수로 완전히 재탄생했다. 대사 한 줄 없는 침묵조차 뚜렷한 감정선이 되고, 손끝과 숨소리마저 튀어 나오는 진심으로 관객의 눈에 선연히 남는다.
‘바다호랑이’는 세월호 참사 민간 잠수사 김관홍에서 영감을 받은 실화 기반의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 이지훈은 사라진 이를 찾아 헤매는 나경수의 고통과 두려움, 죄책감, 그리고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고자 마지막 한 발을 길 위에 내딛는 인물의 마음을 절제와 폭발, 두 가지 얼굴로 그려냈다. 관객들은 그의 미묘한 호흡, 무대와 다름없는 미니멀한 공간 안에서 끝까지 유지되는 긴장과 슬픔, 절제된 에너지에서 묵직한 공감을 느낀다.

영화는 대사를 넘어 움직임과 시간, 공간의 경계를 끊임없이 허물고 다시 쌓아올린다. 이지훈은 오랜 시간 드라마와 스크린을 거치며 다듬은 연기와는 사뭇 다른 깊이로, 나경수의 인생과 내면의 연대에 자신을 모두 내던진다. 잘 짜인 소품이나 화려한 미장센 없이도 진실된 연기만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특히 실종자를 구조하는 장면에서는 숨 막히는 정적 속에서 슬로모션처럼 흐르는 감정의 파도가 일렁인다. 관객들은 이지훈의 눈빛 하나, 동작 하나에서 저마다 달랐던 아픔과 희망을 자신만의 사연처럼 읽어낸다. 스크린에 담긴 방대한 슬픔, 그리고 ‘다시 살아내는 힘’은 더 이상 배우와 관객의 경계가 아닌 인간 그 자체로 와닿는다.
보통의 유쾌한 얼굴을 벗어던진 이지훈은 오늘 개봉한 영화 ‘바다호랑이’를 통해 자신이 배우로서 무엇을 꿈꾸는지 조용한 목소리로 고백한다. 영화가 끝난 자리엔 아직 남은 파문, 그리고 새로운 용기와 희망의 실타래가 조용히 이어진다. 한동안 머무르는 잔상과 깊은 울림은, 이지훈의 여정이 관객의 마음에 얼마나 진하게 각인됐는가를 보여준다.
세월호 참사의 실화 모티브, 인간에 대한 신뢰와 사랑의 가능성을 담은 ‘바다호랑이’는 오늘 관객과 만났다. 현실과 허구, 절망과 희망이 오가는 경계에서 이지훈은 한순간도 진심을 잃지 않으며 스크린 너머 관객의 마음을 오랫동안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