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조1천억 원 서학개미 투심”…관세 불안·중동 긴장, 뉴욕증시 혼조 속 기술주 선방
변화무쌍한 세계 경제의 흐름 속에서 미국 뉴욕증시는 다시 한 번 혼조의 파고를 넘고 있다. 6월 12일, 관세정책과 지정학 리스크가 짙게 드리운 장세 속에서도 기술주 중심의 기대는 꺾이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흔들리는 증시 흐름 한가운데서 자신의 길을 묵묵히 모색하는 듯 보인다.
미 동부 시간 오전 10시 38분, S&P500 지수는 0.28% 오른 6,038.93을 기록했고, 나스닥종합지수는 19,657.67포인트로 0.21% 소폭 상승하며 기술주에 대한 근원적 신뢰를 보여줬다. 나스닥100지수는 21,917.43으로 0.26%의 견조한 오름세를 보였다. 하지만,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지수는 각각 0.02%, 0.19% 하락해, 산업·금융주 투자심리가 다소 후퇴한 분위기가 짙었다. 시장의 긴장을 상징하는 변동성지수(VIX) 역시 상승해, 불확실성이 시장 저변에 여전히 뿌리내려 있음을 알렸다.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https://cdn.presscon.ai/prod/129/images/resize/800/20250612/1749739470327_193716445.webp)
이날 발표된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1% 상승으로, 시장의 급격한 불안감을 자극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요 교역국을 겨냥한 관세 강화 방침을 재차 시사하면서, 금융시장은 촉각을 세우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고율 관세 연기 가능성도 남겼으나, “연장할 필요 없다”는 단호한 메시지를 내비쳤다. 한편, 미·중 고위급 무역 협상 분위기는 얼어붙은 채, 양국이 실질적 합의에 이르기까지 가야 할 길이 남아 있다.
여기에 더해 중동의 불안도 투자자들의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 교착, 이스라엘의 핵시설 공격 우려는 공포의 그림자를 드리웠고, 이에 미국은 이라크 대사관 인력 일부를 철수하는 등 안전조치에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경 발언은 군사적 긴장감을 한층 키웠다.
업종별로는 희비가 교차했다. 유틸리티와 부동산은 각각 0.6%, 0.5% 오르는 등 방어적 성격의 업종이 빛을 발했고, 금융과 산업, 에너지, 통신서비스, 임의소비재에는 약세가 드리웠다. 이 와중에 오라클이 실적 개선 소식에 12% 급등했고, 보잉은 인도 여객기 사고 여파로 4% 급락했다. 게임스탑 역시 전환사채 발행과 암호화폐 매입 논란에 19% 폭락, 시장 내 불신을 피하지 못했다.
국내 투자자, 이른바 ‘서학개미’의 역동적 움직임은 더욱 두드러졌다. 6월 10일 기준, 테슬라가 국내 투자자 미국 주식 보관금액 1위(29조 8,146억 원, 전일 대비 1,662억 원 증가)를 기록했다. 테슬라는 325.73달러로 약보합을 보였지만, 투자금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엔비디아는 144.44달러에 1.13% 상승하며 17조 1,611억 원까지 보관금액이 치솟았다. 팔란티어 테크와 애플, 그 외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종목들도 소폭 변동하며 기대와 우려 사이에서 등락을 이어갔다. ETF 중에는 디렉션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셰어즈가 1.27% 오르며 서학개미의 열기가 확인됐고, 테슬라 레버리지 상품 역시 매수세가 유입됐다.
전반적으로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 50개 상위 종목 총합은 126조 1,983억 원, 불과 하루 사이 3조 1,258억 원이 늘어났다. 이는 불안한 글로벌 시장에서도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의욕이 여전함을 뜻한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355.2원으로 전일 대비 15.3원 내리면서 달러화 강세가 소폭 완화됐다.
국제유가는 지정학 리스크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일 급등분이 되돌려지며, WTI와 브렌트유가 각각 1% 넘게 내렸다. 유럽 주요 증시 역시 대부분 하락세로, 유로스톡스50, 독일 DAX, 프랑스 CAC40이 0.4~0.7%대 내림세를 보였으나, 영국 FTSE만이 약보합을 지켰다.
미국 증시는 당분간 관세정책, 중동 불안, 물가지표 등 복합적 변수가 실타래처럼 얽힌 채 ‘박스권’ 움직임을 지속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기술 대형주를 중심으로 한 강한 투자 심리는 여전히 살아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경제지표와 주요 정책 변동, 지정학 상황의 미묘한 흐름까지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 불확실성의 장막 너머, 다음 주 연방준비제도 발표와 무역협상 진척 등 후속 일정이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것인지, 한층 깊은 성찰과 준비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