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 한데 모은다”…제약바이오, R&D 거점 통합 러시
연구개발 인프라 통합이 제약바이오 산업의 혁신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기업들이 연구소·유관 조직을 한 곳에 집중시키며, 새로운 R&D(연구개발) 혁신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다. 업계는 조직 간의 협업 가속, 신약개발 속도 향상, 운영비용 절감 등 파급력에 주목한다. 전문가들은 최근 연구소 집결 현상이 ‘차세대 제약바이오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올해 4분기 R&D 거점을 통합하기 위해 경기 성남시 상대원동 SK V1타워로 이전할 방침이다. 이 회사는 현재 서울 문정동 테라타워 내 2개 동 10개 층에 조직이 흩어져 있다. 홍준호 대표는 회사 성장에 따라 분산됐던 조직을 한곳에 모아 조직 간 시너지와 신약 개발 속도 제고, 연간 임차료 절감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전 예정인 상대원동은 자회사인 지아이셀, 지아이바이옴도 이미 위치한 곳으로, 연구소 이동을 통해 계열사 간 시너지 극대화와 운영비용 절감이 기대된다.

HK이노엔 역시 지난 2월, 경기 성남시 수정구에 융복합 연구시설 HK이노엔 스퀘어를 오픈했다. 이곳은 지상 10층(지하 6층), 연면적 4만785㎡ 규모로, 총 R&D 인력 등 450여명이 한데 모였다. 기존 이천 연구소 인력을 포함해 유관 부서가 집결, 임직원 간 소통을 높여 연구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구조다. 빠른 의사결정과 밀도 높은 협업이 새로운 연구 혁신의 기반이 된다.
안국약품도 2023년 4월부터 과천지식정보타운의 신사옥에서 계열사들과 연구 인력을 집결시켰다. 이 신사옥은 연면적 3만1951㎡, 지상 14층, 지하 5층 규모다. 안국바이오진단, 안국뉴팜 등 계열사와 과거 구로동에 위치했던 중앙연구소까지 모두 통합 이전해 ‘올인원’ 형태의 R&D 클러스터를 형성했다.
이처럼 제약바이오 업계 연구소 집결 움직임은 국내 주요 기업에서 가속화되고 있다. 연구의 효율성 증대와 협업 극대화는 물론, 임대료 등 관리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글로벌 제약사들도 지난 10년간 연구거점 집중화 전략으로 혁신 속도를 높인 사례가 흔하다. 실제로 미국, 유럽 제약사들은 R&D 허브 단일화와 산학연 협력 플랫폼 구축 등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한편, 연구소 통합은 인프라 관리 효율 증진 외에도 지식재산(IP) 관리, 데이터 집적 및 활용에서 추가 이점을 가진다. 다만 부처별 인허가, 안전관리 기준 등 통합 이전에 따른 행정·규제 이슈도 제기된다. 정부 차원에서도 R&D 집적 단지에 대한 법적·행정적 지원 확대가 주요 과제로 꼽힌다.
업계 전문가들은 “‘원스톱 R&D 집중화’가 신약 개발 속도전의 관건이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는 연구소의 유연한 협업 구조와 정책 지원이 산업 발전의 핵심 조건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산업계는 이번 연구 인프라 집중 전략이 실제 시장 혁신으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