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최장수 행보 멈췄다”…레비, 토트넘 회장직 돌연 사임→팬심 흔들린 구단 미래
구단 곳곳을 가득 채운 현수막, 팬들의 젖은 눈빛과 맞물린 침묵 속에서 한 시대가 저물었다. 지난 25년 동안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 회장직을 맡아 리그 최장수 회장으로 기록된 대니얼 레비가 구단을 떠났다. 팬들이 쏟아낸 감정만큼이나 뜻깊은 9월 5일 아침, 토트넘은 공식 채널을 통해 레비의 전격 사임 소식을 발표했다.
레비는 2001년 3월부터 토트넘의 경영을 책임지며 축구계에서 드물게 25년에 걸친 리더십을 이어갔다. 이 기간 토트넘은 중위권 구단에서 리그 상위권 경쟁팀으로 도약했다. 무엇보다 2019년 홈구장을 첨단 시설을 갖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으로 옮기고, 연간 5천만 파운드(약 936억 원)를 넘는 수익을 일궈내며 구단의 재정적 안정까지 도모했다.

하지만 성장의 이면엔 팬들의 아쉬움도 깊었다. 레비 체제에서 토트넘은 2008년 리그컵 우승 이후 17년간 트로피를 추가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 17위라는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내리막을 겪으면서, 경기장에는 “24년, 16명의 감독, 1개의 트로피 - 변화의 시간”이란 날 선 평가가 쏟아졌다. 팬 소통 부족과 상업성 위주의 경영에 대한 비판도 점점 거세졌다.
레비는 사임 발표문에서 “25년간 훌륭한 동료들과 축구를 위해 일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토트넘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팬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토트넘을 응원하겠다”고 소회를 전했다.
당분간 토트넘은 회장 직무대행을 세우며 경영 공백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EPL 내 대표 구단의 변화 조짐에 팬들은 스탠드에서 아쉬움과 기대가 엇갈린 표정을 보였다. 팬심의 온도가 구단의 다음 행보에 스며들 전망이다. 토트넘의 경영 쇄신 흐름과 새로운 수장 체제, 그리고 팬과의 소통이 어떻게 변모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