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세이브 빛났다”…조현우, 도르트문트 슈팅쇼 방어→울산 0-1 분투
경기 전, 울산 HD 선수단에는 짙은 긴장감이 맴돌았다. 그 한가운데 선 조현우의 눈빛엔 오히려 담대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다가오는 거센 파도처럼 도르트문트의 슈팅 공세가 이어졌지만, 조현우는 묵묵히 골문 앞을 지키며 각본 없는 드라마를 완성했다.
26일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TQL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5 국제축구연맹 클럽 월드컵 조별리그 F조 3차전에서 울산 HD는 도르트문트와 맞서 0-1로 아쉽게 패했다. 도르트문트는 경기 내내 흐름을 압도적으로 가져가며 측면과 중앙을 빠르게 전환해 울산 진영을 파고들었다. 유럽 강호의 전술적 색채가 분명했던 경기였다.

특히 도르트문트는 FIFA 공식 데이터 기준 28개의 슈팅을 기록, 그 중 9개를 유효슈팅으로 연결하며 거센 득점 의지를 보여줬다. 하지만 골키퍼 조현우는 흔들림이 없었다. 전반 27분 세루 기라시의 골문 구석 슛은 재빠른 다이빙으로 걷어냈고, 전반 종료 직전 파스칼 그로스의 발리슛도 감각적인 대응으로 차단했다. 후반 38분 얀 쿠토의 결정적인 왼발 중거리 슈팅마저 조현우의 몸을 뚫지 못했다.
경기 종료 후 조현우는 “오늘은 편하게 즐기고자 했다. 슈팅이 많이 올 것을 예상했고, 그 자체를 즐기며 임했다”며 “집중을 놓지 않고 90분 내내 골문을 지킬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현장에서는 도르트문트 팬들과 독일 현지 취재진의 얼굴에 연신 감탄이 번졌다. 울산 동료 루빅손 또한 “조현우가 정말 많은 슈팅을 막아줬다. 중요한 무대에서도 실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독일 현지 언론 슈피겔은 조현우의 이번 선방을 2018 러시아 월드컵 당시 독일전과 견주며, 여전히 ‘강심장 골키퍼’라는 평가를 내렸다. 조현우는 대회를 앞두고 “무대를 즐길 준비는 이미 돼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고, 실제 경기에서도 그 말이 실력으로 입증됐다.
비록 울산은 패하며 2025 클럽 월드컵 조별리그 일정을 마감했다. 팀은 이제 K리그 하반기에서의 순위 경쟁으로 시선을 돌린다. 패배와 동시에 남긴 뜨거운 환호와 박수, 그리고 골문 앞에서의 단단한 신념이 깊은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