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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양미세환경 표적 플랫폼"…셀트리온, 5220억 기술 도입 승부수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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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체약물의 한계를 종양 미세환경 중심으로 보완하는 기술이 국내 대형 제약바이오사의 신성장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셀트리온이 종양 미세환경 선택적 활성화 플랫폼을 도입하며 차세대 항암제 포트폴리오 확장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을 바이오시밀러 이후 셀트리온의 혁신신약 경쟁 구도를 가르는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셀트리온은 19일 항체 기반 플랫폼 개발사 트리오어와 종양 미세환경 선택적 활성화 플랫폼 TROCAD 기술에 대한 실시 및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TROCAD는 종양 주변의 특수한 환경에서만 약물을 활성화하도록 설계된 항체약물 플랫폼으로, 체내 정상 조직에서는 비활성 상태로 머물다 종양 미세환경에 도달했을 때만 활성형 분자로 전환되도록 설계된 기술이다.

계약에 따라 셀트리온은 TROCAD를 활용해 최대 6개 타깃에 대해 독점적 개발 및 실시권을 확보했다. 셀트리온이 설정하는 각 타깃 별로 TROCAD를 접목한 항암 파이프라인을 구축할 수 있는 구조다. 플랫폼 기반 기술 계약 특성상 특정 단일 후보물질이 아닌, 다수의 파이프라인에 공통 적용 가능한 기술을 한 번에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

 

총 계약 규모는 최대 5220억원이다. 이 가운데 플랫폼 기술 접근료는 10억원 수준이며, 나머지는 개발 및 판매 성과에 연동되는 마일스톤 구조다. 셀트리온은 최대 6개 타깃에 대해 순차적으로 실시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실제 지급액은 타깃 수와 개발 진행 단계에 따라 달라진다.

 

개발 마일스톤은 6개 타깃의 실시권을 모두 행사했을 때 최대 2억3047만6000달러, 원화로 약 3380억원 규모다. 비임상 연구, 임상 시험 단계와 품목 허가 획득 등 단계별 성과 도달 여부에 따라 순차적으로 지급하는 구조다. 판매 마일스톤은 6개 타깃 모두에 대해 실시권을 행사할 경우 최대 1억2478만달러, 약 1830억원이다. 각 제품이 상업화된 이후 매출 규모에 연동해 구간별로 지급하며, 6개 타깃 모두가 누적 매출 20억달러를 달성했을 때 최대 금액이 지급된다.

 

로열티 구조도 포함됐다. 셀트리온은 TROCAD 기반 제품의 상업 매출액 구간에 따라 2.0~3.5% 수준의 로열티를 트리오어에 지불하게 된다. 바이오 의약품 라이선스 계약에서 통상적인 수준의 구간별 로열티 모델이 적용된 셈이다. 다만 공시에 따르면 계약은 개발 과정에서 중도 종료될 수 있으며, 계약 종료 시 셀트리온이 별도의 위약금을 부담하지 않는 조건이 명시됐다.

 

또한 플랫폼 기술 접근료, 개발 및 판매 마일스톤, 로열티 등 모든 지급 항목은 PoC 단계, 임상 개발, 품목 허가, 판매 실적 등 각 단계에서 설정된 마일스톤 달성 여부에 따라 일부 또는 전액이 지급되지 않을 수 있다. 계약 기간은 이번 계약에 포함된 플랫폼 기술 및 이를 적용한 제품의 특허 중 가장 늦게 만료되는 특허의 존속 기간까지로 규정됐다.

 

트리오어 설명에 따르면 TROCAD 플랫폼은 항체약물을 종양 미세환경으로 능동적으로 전달하고, 도달 후에는 활성 분자로 빠르게 전환되도록 설계된 것이 핵심이다. 종양 미세환경은 암세포뿐 아니라 주변 혈관, 면역세포, 기질세포 등이 만들어내는 특수한 생화학적 환경을 뜻한다. 기존 항암 항체약물이나 항체약물접합체가 전신에 광범위하게 작용하면서 나타나는 독성을 줄이면서, 종양 주변에서만 고농도의 활성 약물을 작동시키는 정밀 타깃 전략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셀트리온이 TROCAD를 활용해 바이오시밀러 중심에서 혁신 항암 바이오의약품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려는 행보로 보고 있다. 특히 종양 미세환경 특이 활성화 기술은 글로벌 제약사들도 경쟁적으로 확보 중인 분야로, 향후 글로벌 파트너십 혹은 공동 개발의 기반 기술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연구개발 리스크가 큰 항암 분야 특성상 PoC 확보와 임상 결과에 따라 실제 상업화까지 이어질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병존한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종양 미세환경 표적 플랫폼은 독성 관리와 효능 극대화라는 두 가지 요구를 동시에 풀 수 있는 차세대 항체약물 기술로 꼽힌다며 셀트리온이 TROCAD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임상 데이터와 기술 내재화 수준이 향후 기업 가치와 글로벌 경쟁력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이번 플랫폼 도입이 실제 신약 성과와 매출로 이어져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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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트리오어#troc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