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능부터 활기찬 몰까지”…고양에서 만나는 가을의 두 얼굴
가을을 맞아 고양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에는 경유지로 스쳐 지나쳤던 도시지만, 지금은 역사의 고즈넉함과 현대의 활기가 나란히 공존하는 일상의 쉼표가 되고 있다.
요즘 고양에서는 아침 산책길에 나선 이들이 세계문화유산 서오릉의 숲길을 거닐고, 점심 무렵엔 가족이나 친구와 스타필드 고양에서 시간을 보내는 풍경이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SNS엔 단풍에 물든 능 주변에서 차분한 표정의 사진이 자주 오르내리고, 활기찬 쇼핑몰에서 두 손 가득 쇼핑백을 든 인증샷도 흔하다. 기자가 직접 둘러본 서오릉은 단풍이 짙게 들면서 조용히 걷기 좋은 산책로가 되고, 덕양구 동산동의 스타필드 고양에서는 시대를 앞서는 트렌디한 브랜드와 맛집이 어우러져 사람들의 일상에 작은 설렘을 더한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가족 단위 방문객이 증가하고, 지역 기반 SNS 해시태그 노출 횟수도 코로나19 이전보다 무려 2배 가까이 늘었다. 한국관광공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새 고양시 문화유적 방문률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으며, 복합 쇼핑·여가 공간 선호도 역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두드러지게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도시의 다층적 산책’이라 부른다. 도시사회학자 김소연은 “고양은 역사의 정적과 오늘의 역동성, 두 감각이 마주치는 특별한 도시”라며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 풍경에서 신중함과 여유, 다채로운 취향이 모두 살아나고 있다”고 표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지역 커뮤니티에는 “서오릉 숲길 걷고 나서 스타필드에 들러 커피 한 잔 마셨다” “가을이면 늘 고양에 놀러 간다” 등 계절의 변화에 맞춰 일상을 채우는 이야기가 흐른다. 식도락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일산동구 식사동의 편백회관도 인기다. 쌀쌀한 날씨, 편백찜에서 뿜어져 나오는 김과 따끈한 샤브샤브 국물은 사소하지만 확실한 힐링으로 다가온다. 무제한으로 신선한 재료를 맛볼 수 있어, 부담 없는 회식이나 모임 장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이렇듯 고양의 가을은 특별한 무엇을 계획하지 않아도, 단풍 밟는 산책과 즐거운 쇼핑, 그리고 푸근한 음식 한 끼만으로도 채워진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