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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심정지 미리 찾는다"…뷰노, AHA 가이드라인 등재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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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인공지능 기술이 심정지 대응 체계의 국제 표준 문서에 반영되면서 병원 내 환자 모니터링 패러다임이 바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의료 인공지능 기업 뷰노가 개발한 심정지 예측 솔루션이 미국 심장협회의 2025년 심폐소생술·응급심혈관치료 가이드라인에 근거 문헌으로 포함되며, AI 기반 조기경보 시스템이 글로벌 임상 현장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을지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이번 등재를 AI 활용 심정지 예방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는 분위기다.

 

뷰노는 자사의 AI 기반 심정지 예측 의료기기 뷰노메드딥카스 관련 연구가 미국 심장협회가 최근 발간한 2025 AHA Guidelines for CPR and ECC의 병원 내 심정지 예방 파트에 근거 문헌으로 인용됐다고 밝혔다. AHA 가이드라인은 국제소생술교류위원회 ILCOR가 제시한 최신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작성되는 심폐소생술과 응급심혈관치료 분야의 글로벌 기준 문서다.

가이드라인은 병원 내 심정지 예방 전략에서 조기경보 시스템 사용을 권고하면서, 입원 환자의 상태 악화를 예측하는 AI 알고리즘이 최근 개발돼 기존 조기경보 방식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러한 AI 기반 시스템이 임상적 악화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제품 기반 연구 근거로는 뷰노의 딥카스와 미국 시카고 의대 연구를 나란히 제시했다.

 

딥카스는 입원 환자의 생체신호와 여러 임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병원 내 심정지와 같은 중증 악화 가능성을 조기에 예측하는 의료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다. 전통적으로 병원에서는 일정 점수 기준의 조기경보 시스템을 활용해 상태 악화를 감지해 왔지만, 민감도와 특이도 균형 문제로 불필요한 알람이 많고 실제 악화를 놓치는 경우도 있어 의료진 부담과 대응 효율의 한계가 지적돼 왔다.

 

특히 이번에 인용된 연구는 딥카스가 기존 조기경보 시스템의 한계를 줄이면서도 예측 정확도를 유지하는지를 검증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중환자의학과와 마취통증의학과 김정민 교수팀과 진행한 이 연구는 약 10만 명 규모의 입원 환자 데이터를 분석해 딥카스의 성능을 평가했다. 그 결과 딥카스는 알람 발생 수를 최대 63퍼센트 줄이면서도 심정지 등 임상 악화 예측 정확도를 유지했다.

 

연구진은 또 신속대응시스템 담당 인력이 부재한 시간대와 같은 비정형 상황에서도 딥카스의 예측 성능이 떨어지지 않는지를 확인했다. 야간이나 인력 공백 시간에도 높은 정확도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나, 대학병원뿐 아니라 인력·인프라가 제한적인 의료기관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다양한 임상 환경에서 일관된 성능을 보인 점이 가이드라인 근거 문헌 채택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심정지 예측 AI의 시장성도 커지고 있다. 병원 내 심정지는 발생 후 몇 분 안에 대응 여부에 따라 생존율이 크게 갈린다. 실제로 여러 글로벌 연구에서 병원 내 심정지 발생 전 수 시간 동안 혈압, 맥박, 호흡수 등 생체신호가 미세하게 변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딥카스와 같은 AI 알고리즘은 방대한 환자 데이터를 학습해 이 같은 미세한 패턴을 감지하고, 의사가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조합 신호까지 동시에 분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조기경보 방식과 차별화된다.

 

해외에서는 이미 AI 기반 조기경보 시스템 도입 경쟁이 빠르게 진행되는 중이다. 미국과 유럽 주요 병원들은 전자의무기록과 연계된 예측 모델을 활용해 입원 환자의 중환자실 전원 필요성이나 심정지 위험도를 평가하는 시범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미국 일부 의료기관은 나이, 병력, 실시간 검사 결과를 통합 분석하는 AI 경보 시스템을 도입해 병원 내 악화 사례를 줄이는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AI 의료기기가 식품의약품안전처 인허가 체계를 통해 단계적으로 임상에 도입되는 구조다. 딥카스 역시 의료기기 허가를 받은 뒤 상용화돼 현재 국내 여러 병원에서 사용 중이다. 다만 병원 전반에 걸친 조기경보 시스템 표준화, AI 경보에 대한 의료진 교육, 책임 소재와 관련된 법적 정비 등은 여전히 논의가 필요한 영역으로 남아 있다.

 

주성훈 뷰노 최고기술책임자는 이번 AHA 가이드라인 인용을 두고 글로벌 연구 경쟁력을 입증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딥카스가 상용화 4년 차를 맞는 동안 다수의 전향적·후향적 연구를 통해 효과와 가치를 검증해 왔으며, 현재는 중재연구와 무작위대조시험 등 근거 수준이 높은 임상 연구를 진행해 임상적 유효성을 더욱 명확히 입증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뷰노는 지금까지 국제 학술지와 주요 학회에서 200편이 넘는 연구 성과를 발표하며 AI 의료기기의 근거 기반 연구 생태계 구축을 시도해 왔다. 업계에서는 이번 가이드라인 등재를 계기로 병원 내 심정지 예방 분야에서도 AI 조기경보 시스템을 향한 글로벌 수요가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계는 AI 기반 예측 기술이 실제 의료현장에 얼마나 빠르게 안착할지, 그리고 제도와 인프라가 그 속도를 따라갈 수 있을지 주시하는 분위기다.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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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노#딥카스#심정지예측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