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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 한 방울로 3년전 암 예측”…미국, 조기 진단 시장 판도 변화
IT/바이오

“혈액 한 방울로 3년전 암 예측”…미국, 조기 진단 시장 판도 변화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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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 내 극미량 암 유전자 조각(ctDNA, 순환 종양 핵산) 검출 기술이 다중 암 조기 진단의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 등 컨소시엄이 세계 최대 규모의 임상시험 계획을 밝히면서, 기존 조직 조직검사 중심의 암 발견 방식이 정밀 혈액 분석 시대로 넘어갈지 주목받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연구 발표가 글로벌 조기 진단 시장 경쟁의 중대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4일 미국암학회 공식 학술지에는 증상 발현 3.1~3.5년 전 혈액 내 ctDNA를 탐지한 임상 결과가 게재됐다. 암 진단 환자와 대조군 등 총 52명 대상 다중 암 탐색 연구에서, 6명의 초기 혈장샘플에서 임상진단 3년 전 ctDNA가 검출되는 등, 조기 발견에 필요한 '벤치마크 민감도' 도출에 성공한 것이다. 기존 진단법과 달리 극히 낮은 농도의 암 유전물질을 혈액 내에서 검출해야 해, NGS(차세대 염기서열분석) 기반의 초고감도 분석 기술이 핵심이 된다.

기존 암 진단은 조직 조직검사, MRI·CT영상에 의존해왔으나, ctDNA 방식은 혈액을 한 번 채취해 동시에 20여종 암에 대한 위험도를 연속 모니터링할 수 있다. 방광암, 유방암, 간암, 폐암 등 기존 선별검사가 어려웠던 암까지 아우른다. 특히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전립선암, 췌장암 등에서 조기 개입의 실효성이 커질 수 있다.

 

미국국립암연구소는 정밀 종양학 기업 가던트헬스와, 액체 생검 전문 클리어노트헬스 등과 손잡고, 2024년 하반기부터 ‘뱅가드 연구’ 임상을 본격화한다. 미국 전역 9개 지역에서 45~75세 2만4000명을 대상으로 2년간 추적 관찰하며, 암 검진·검출 효과를 직접 검증한다. 이후 15만명 대규모 2차 임상으로 조기진단의 암 사망 감소 효과도 규명할 예정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그레일(Grail), 프리네틱스(Primetics) 등도 다중 암 혈액진단에서 경쟁 중이며, 유럽·일본에서도 대규모 코호트 구축이 확산되고 있다. 다만, ctDNA 기술은 수나노그램(십억분의 일 그램) 단위 암 DNA 조각을 판별해야 하므로, 민감도 향상을 위한 분석 기술 고도화가 필수적이다. 미국 연구진도 “현재보다 50배 이상 민감도를 높이고, 검사당 수천 달러 비용을 줄이는 것이 상용화 관건”으로 지적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혈액 기반 암진단 기술의 잠재력을 인정하면서, 민감도·특이도 기준 마련과 실질 보상체계 도입을 모색 중이다. 개인정보·유전체 데이터 관리 등 추가 규제 이슈도 동반될 전망이다.

 

스콧 램지 프레드 허친슨 암 센터 연구원은 “혈액 기반 다중암 조기진단은 기존 선별검사의 한계를 보완할 중요한 전환점이지만, 임상적 효과와 사회적 비용을 동시에 충족해야 시장 확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계는 새로운 암 진단 기술이 실질적으로 환자 치료 결과 개선과 의료비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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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국립암연구소#가던트헬스#ctd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