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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로병사의 비밀, 미세먼지 속 숨결”…엄도건·전일구 절망 끝 맺힌 눈물→보이지 않는 공포의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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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로병사의 비밀, 미세먼지 속 숨결”…엄도건·전일구 절망 끝 맺힌 눈물→보이지 않는 공포의 서사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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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건물 외벽에 몸을 내맡긴 채 하늘을 닦고, 누군가는 무심한 하루 속 천 번도 넘게 주걱을 흔든다. 생기를 띤 부엌과 조심스레 꼭 닫힌 창문, 숨쉬는 모든 사람들의 사이를 파고든 미세먼지는 누구의 일상도 피해 가지 않았다. KBS ‘생로병사의 비밀’은 깨끗해 보이는 공기 속에 숨은 미세먼지의 실상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공포가 일상을 얼마나 조용히 잠식시키는지 조심스럽게 좇는다.

 

17년 경력의 외벽 청소부 엄도건 씨는 날마다 먼지와 황사, 매연을 온몸으로 견디며 하루를 연다. 무심코 넘긴 숨 한 자락마저 차가운 경계를 남기고, 간이 폐활량계는 그의 건강에 빨간 불을 켠다. 검게 물든 콧구멍, 천 마스크 한 장. 그의 방어는 위태롭고, 도시는 침묵을 강요당한다.

미세먼지의 숨겨진 위험…‘생로병사의 비밀’ 실내외 공격, 일상 구석까지→건강 위협의 진실 / KBS
미세먼지의 숨겨진 위험…‘생로병사의 비밀’ 실내외 공격, 일상 구석까지→건강 위협의 진실 / KBS

특발성 폐섬유화증과 싸우는 전일구 씨는 잠깐의 산책조차 산소 호흡기에 의지해야만 한다. 계절은 바뀌어도 미세먼지의 그림자는 더욱 두꺼워져, 밤마다 천식에 시달리는 안명희 씨 역시 두 겹의 마스크와 함께 불안한 잠에 들어간다. 미세먼지는 벽을 넘고, 마음의 평온까지 뒤흔든다.

 

폐암 진단을 마주한 식당 주방 근무자 손석철 씨, 그리고 수천 번 불 앞에 섰던 조리사 김정숙 씨와 이혜숙 씨 역시 결코 예외일 수 없다. 담배연기와 상관없었던 삶, 그러나 고등어와 삼겹살을 굽는 부엌의 짙은 연기마저도 초미세먼지의 근원임이 드러난다. 국제적으로 1급 발암물질로 지목된 조리흄은 이제 집안의 안전지대조차 위태롭게 만든다. 제작진이 실제 조리 환경을 측정하며 마주한 결과, 실내 공기는 순식간에 미세먼지로 가득 찼고, 거실과 부엌의 경계는 의미를 잃어버렸다.

 

여기에 기후 변화로 이어진 대형 산불 역시, 도시와 자연 모두를 위협한다. 오랜 세월 광산에서 진폐증과 싸웠던 황영조 씨는 대구 산불 현장에서 단 한 번의 거친 숨으로 폐에 치명상을 입었다. 예상치 못한 환경 재난은 더욱 가깝게 다가오고, 예측하지 못한 미세먼지는 매일의 삶을 뿌옇게 물들인다.

 

미세먼지는 더 이상 건강 취약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삶의 터전은 보이지 않는 침입자에게 서서히 점령당하고, 사람들은 각자 다른 모습으로 조용한 저항을 이어간다. ‘생로병사의 비밀’은 엄도건, 전일구, 안명희 등 평범한 이들의 투명한 일상을 비추며, 우리 모두의 호흡이 어느새 위험에 놓였음을 차분히 설득한다. 잃지 않기 위한 노력, 건강을 지키기 위한 방안이 이제 시청자의 몫으로 넘어온다. 삶과 호흡의 미묘한 차이, 그 경계선을 포착하는 깊은 시선이 오는 7월 2일 수요일 밤 10시 ‘생로병사의 비밀’에서 그려진다.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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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로병사의비밀#엄도건#미세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