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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6만 회복·SK하이닉스 11개월 최고”…외국인 1.5조 순매수에 반도체주 상승세
경제

“삼성전자 6만 회복·SK하이닉스 11개월 최고”…외국인 1.5조 순매수에 반도체주 상승세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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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숨결이 증시에 퍼지며, 한국 반도체 대장주들의 주가가 다시 뜨겁게 달아올랐다. 삼성전자(005930)는 9일, 약 두 달여 만에 ‘6만전자’의 깃발을 다시 꽂았다. 같은 날 SK하이닉스(000660)는 장중 11개월만의 최고가를 거침없이 경신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묵직한 순매수 움직임이 시장의 흐름을 바꾸는 결정적 동력으로 작용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거래일 대비 1.18% 오른 5만9천800원에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6만400원까지 오르며, 지난 3월 28일 이후 처음으로 6만 원 선을 일시적으로 회복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SK하이닉스 역시 2.00% 상승한 22만9천 원에 거래를 끝맺었고, 장중 23만3천500원까지 치솟으며 지난해 7월 16일 이래 11개월 만에 신기록을 새겼다. 최근 7거래일간 삼성전자는 누적 10.9% 오르며 연속 강세를 이어갔고, SK하이닉스도 나흘 연속 12.0%의 반등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두 달 만에 6만 회복…SK하이닉스 11개월 최고가
삼성전자 두 달 만에 6만 회복…SK하이닉스 11개월 최고가

촉매는 여러 갈래였다. 한 줌의 불확실성으로 흘러들던 미국의 무역 관세 확대 우려 속에서도 전방 반도체 업체들이 메모리 재고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살아났다. 2분기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6일 발표된 미국 5월 비농업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잠시 누그러졌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중 후속 무역협상 소식, 엔비디아 등 미국 대표 기술주의 상승 흐름도 투자 심리에 보탬이 됐다.

 

국내적으로는 주주 권익 강화를 위한 상법 개정안 재발의, 정부의 인공지능(AI) 산업 지원 정책이 반도체주에 힘을 실었다. 무엇보다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결정적이었다. 6월 2일 이후 4거래일 연속, 삼성전자 7,620억 원, SK하이닉스 7,880억 원 규모의 순매수가 몰렸다. 특히 9일 하루 동안 외국인 투자자가 삼성전자 3,090억 원, SK하이닉스 960억 원을 쓸어 담으며, 주가 희망을 현실로 이끌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순풍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바라봤다. 3분기 엔비디아의 신제품 블랙웰 출하 일정, 7월 브로드컴의 차세대 네트워크 반도체 '토마호크6' 공급이 줄줄이 도래한다. 이로 인해 대용량 메모리(HBM, eSSD)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브로드컴 토마호크6가 AI 데이터센터 집적도를 높이며, HBM과 eSSD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 기대가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정부의 상법 개정 움직임이 외국인 자금의 추가 유입을 예고했다. 김동원 센터장은 “상법 개정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며, 국내 반도체 대표주에 대한 외국인 투자 매력을 높여 추가 상승 여력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시장에는 긴장도 여전하다. 미국 행정부의 대중 관세 정책 변화가 반도체 업종의 변동성을 키울 소지가 상존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가격 회복에 따른 실적 전망은 밝지만, 무역 관세 불확실성이 완전히 걷힌 것은 아니며 업종 내 주가 변동성 확대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따사로운 6월, 반도체주를 둘러싼 온기와 냉기가 교차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선택은 더욱 섬세해질 수밖에 없다. 국내외 정책변화와 글로벌 반도체 수요 흐름을 예의주시하는 시선이 요구되며, 다음달 대형 반도체업체 신제품 출시 일정과 정부의 경제정책 수립 과정이 시장 방향을 가늠할 나침반이 될 전망이다. 시장의 바람결이 어느 쪽으로 향할지, 예민한 촉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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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외국인투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