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팬심 읽는다”…대한축구협회, 관중 감소 분석 착수
국가대표 축구 A매치 관중 감소가 이어지면서 스포츠 산업에 데이터 분석과 디지털 팬 관리 전략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력뿐 아니라 관중 행동 데이터, 소셜 미디어 반응, 예매 패턴을 통합 분석하는 시스템을 갖춘 해외 리그와 달리, 국내 축구는 아직 정교한 IT 기반 관중 관리 체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관중 이탈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고 수요를 예측하는 인공지능 분석 도입이 스포츠 산업 경쟁력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국가대표 공격수 조규성은 최근 유튜브 채널 스탐에 출연해 지난달 귀국 후 느낀 경기장 분위기를 언급하며 한국 축구 인기가 예전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서울이나 대전에서 A매치를 치를 때 관중석이 대부분 채워졌던 경험을 언급하면서, 이번에는 빈 좌석이 눈에 띄게 많았다고 평가했다. 서울에서 치른 대표팀 경기에 6만 명이 넘던 관중이 최근에는 3만 명 안팎으로 줄어든 것을 보고 선수 스스로 경기력과 콘텐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최근 홍명보 감독 체제에서 열린 홈 A매치 관중 수치는 이 같은 체감 변화를 뒷받침한다. 지난달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나전 관중은 약 3만 3000명 수준으로, 수용 인원의 절반에 그쳤다. 10월 파라과이전에는 2만 2000여 명이 입장해 2010년 이후 A매치 최저 관중 기록을 새로 썼다. 업계에서는 단일 경기나 성적 요인을 넘어 구조적으로 관중 이탈이 진행되는 고위험 구간에 접어들었다고 본다.
특히 관중 감소 원인에 대해서는 단순 현장 체감이 아니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분석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날씨와 경기 일정, 상대 팀 흥행력, 티켓 가격, 좌석 배치, 경기장 접근성 등 기본적인 변수에 더해, 소극적인 경기 운영, 지도자 선임 과정의 공정성 논란, 협회와 팬 사이의 신뢰도 저하 등 정성적 요인까지 다층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복합 요인은 통계 데이터와 팬 여론 데이터를 결합한 디지털 분석 없이는 정확한 진단이 어렵다.
해외 주요 리그와 협회는 이미 IT 기반 팬 데이터 관리에 적극적이다. 유럽과 미국 일부 구단은 클라우드 기반 고객관계관리 시스템과 인공지능 분석 도구를 사용해 경기별 관중 수요를 예측하고 있다. 예매 이력, 굿즈 구매, 현장 결제, 모바일 앱 사용 패턴, 소셜 미디어 반응 등을 통합해 팬 세그먼트별 이탈 위험도를 산출하고, 맞춤형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자동으로 제안하는 구조다. 스포츠 산업에서 AI는 의료나 제조와 마찬가지로 예측과 최적화를 담당하는 핵심 인프라로 인식된다.
국내 축구계도 디지털 전환 수요가 커지고 있다. 대한축구협회와 프로구단이 보유한 예매 데이터, 경기별 관중 수, 연령과 지역 분포 등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축구 소비 패턴을 읽을 수 있는 기본 자료가 된다. 여기에 경기 중 데이터, 선수 퍼포먼스 지표, 콘텐츠 소비 시간대, SNS 언급량 같은 실시간 데이터까지 결합하면, 단기 흥행뿐 아니라 장기 팬덤 형성과 직결되는 지표를 도출할 수 있다. 특히 관중 감소 구간을 정량적으로 특정해 정책 변화나 마케팅 전략의 효과를 계량 평가할 수 있다.
기술 측면에서 관중 분석 시스템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먼저 통합 데이터 수집 레이어가 예매 플랫폼, 출입 시스템, 모바일 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데이터를 수집한다. 다음으로 데이터 레이크와 웨어하우스를 묶은 저장·정제 단계가 개인정보를 비식별 처리하고 분석 가능한 형태로 전처리한다. 마지막으로 머신러닝 기반 분석 엔진이 경기별 수요 예측, 팬 이탈 확률, 홍보 캠페인 효과 예측 등을 수행한다. 이런 구조는 일반 IT 서비스와 같지만, 입력 데이터가 축구 산업 특성에 맞춰 최적화되는 점이 다르다.
팬 경험 관리에도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쓰이는 참여 유지 모델이 접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디지털 치료제는 사용자 이탈을 줄이기 위해 행동 데이터에 따라 알림 빈도와 콘텐츠 난이도를 조절하는데, 축구 관중 관리에서도 비슷한 개념이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정 기간 이상 경기장을 찾지 않은 관중에게는 하이라이트 영상과 하이라이트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 콘텐츠를 제공하고, 특정 선수나 전술에 관심을 보이는 팬에게는 관련 분석 콘텐츠를 강화해 재방문을 유도하는 식이다.
다만 스포츠 산업에서 팬 데이터 활용이 확대될수록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윤리 이슈도 함께 커질 것으로 보인다. 티켓 구매 기록과 좌석 위치, 결제 정보, 이동 경로 데이터 등이 결합되면 개인 식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 위치정보 관련 규제가 동시에 적용될 수 있어, 데이터 비식별화와 활용 범위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미국과 유럽에서 이미 스포츠 팬 데이터 활용을 둘러싼 논쟁이 진행 중인 만큼, 국내 협회와 구단도 법적 리스크 관리가 요구된다.
조규성의 사례는 선수 개개인에게도 데이터 기반 접근이 중요해졌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는 무릎 수술과 합병증으로 1년 이상 재활에 전념한 끝에 소속팀에 복귀했고, 이후 대표팀에 재선발돼 볼리비아전에서 골을 기록하며 복귀를 알렸다. 의료 현장에서는 부상 선수의 회복 과정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웨어러블 센서와 영상 분석, GPS 기반 움직임 데이터가 활용되고 있다. 해당 데이터는 부상 재발 위험도를 낮추고 경기 출전 타이밍을 정하는 데 근거를 제공한다.
향후 국가대표팀과 협회가 경기력뿐 아니라 팬 경험을 포함한 전 과정을 하나의 데이터 생태계로 설계할 경우, 선수 퍼포먼스 데이터와 팬 반응을 연결하는 새로운 분석 모델도 등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선수의 플레이 유형과 관중 소리 크기, 온라인 실시간 반응을 연계해, 어떤 플레이가 팬 몰입도를 높이는지 계량적으로 파악하는 방식이다. 이는 전술 선택과 경기 운영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데이터와 인공지능이 단순 마케팅을 넘어 경기 전략 영역으로 확장될 여지도 있다.
스포츠 IT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 축구가 관중 감소 국면을 맞은 지금이 디지털 전환 전략을 재정비할 적기라고 본다. 관중 수의 등락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장기 관점에서 팬 라이프사이클을 정의하고 데이터 기반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계는 대한축구협회와 프로구단이 어떤 방식으로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고, 팬과의 신뢰를 회복하는 디지털 전략을 수립할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