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가 모임은 억측"…내란특검, 이완규 전 법제처장 첫 소환 조사
12·3 비상계엄 사태를 둘러싼 정치·법적 공방이 내란 특별검사팀 수사로 옮겨붙었다. 특검 출범 이후 첫 소환 대상이 된 이완규 전 법제처장은 삼청동 대통령 안가 모임을 둘러싼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억측이라고 맞섰다.
법조계에 따르면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는 19일 오전 10시부터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이완규 전 법제처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내란특검 출범 이후 안가 회동 관련 핵심 참석자를 직접 조사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완규 전 처장은 이날 오전 9시 50분께 서울고등검찰청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에게 "안가 모임 관련 고발 때문에 조사를 받으러 가는 중"이라며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한 모든 게 다 억측이고, 조사에서 해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가 회동 당시 계엄 정당화 대책 논의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그런 일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 전 처장은 12·3 비상계엄 해제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서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과 회동하고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사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당시 모임이 단순한 상황 점검을 넘어 계엄 정당화 논리와 향후 대응 전략을 조율한 자리였는지에 수사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전 처장은 안가 회동과 관련해 국회 국정조사 과정에서 "가서 별로 한 얘기가 없다", "뭘 알아야 의논할 것 아닌가"라고 답변한 바 있다. 이후 이 발언이 허위 증언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고발이 제기되면서 특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지난달 열린 국정감사에서는 관련 사안이 수사 중이라는 이유를 들어 증인 선서를 거부해 정치권 논란을 키웠다.
내란특검팀은 최근 안가 회동의 또 다른 참석자인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는 과정에서 '권한 남용 문건 관련'이라는 제목의 파일을 복원해 확보했다. 특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파일은 계엄 직후인 지난해 12월 4일 박 전 장관이 임세진 당시 법무부 검찰과장으로부터 텔레그램을 통해 전달받은 뒤 삭제한 자료로 확인됐다.
문건에는 더불어민주당의 입법권 남용, 탄핵소추권 남용, 예산심의권 남용을 지적하며 국회가 입법 독재를 통해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은 이 문건을 전달받은 직후 삼청동 안가 회동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문건과 회동 사이의 연관성이 특검 수사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검팀은 이날 조사에서 이완규 전 처장을 상대로 안가 모임 당시 '권한 남용 문건'이 공유됐는지, 문건 내용을 토대로 계엄 사후 대책이나 정국 대응 방안을 모의했는지 등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아울러 국정조사 및 국정감사 과정에서의 발언 경위와 증언의 진실성 여부도 세밀하게 검증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치권에서는 내란특검 수사가 안가 회동을 기점으로 전직 장관·수석 라인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향후 특검이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을 잇달아 불러 조사할 경우, 12·3 비상계엄의 발동과 해제, 그리고 그 이후 대응 과정 전반에 대한 책임 소재 공방이 거세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은석 내란특검팀이 안가 회동의 성격과 '권한 남용 문건'의 활용 여부를 어떻게 규명하느냐에 따라 향후 내란 혐의 입증 방향과 수사 범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관련 인사들에 대한 추가 소환 조사와 압수수색 등을 검토하고 있으며, 수사 상황에 따라 향후 국회 보고와 중간 수사 결과 발표를 병행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