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패키지 딜”...리가켐바이오, ADC 신약 수출로 글로벌 도약 예고
ADC(항체-약물 접합체) 기반 차세대 항암제 개발이 글로벌 신약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가 “빅 패키지 딜”을 내세우며 후보물질과 핵심 플랫폼 기술을 묶어 수출하는 혁신 전략을 공개했다. 2027년까지 20개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기술 이전에 따른 매출을 R&D 재투자에 연결하는 ‘선순환 성장’ 시나리오를 구체화하고 있다. 업계는 이번 행보를 국산 바이오기업의 ‘글로벌 라이선싱 경쟁’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리가켐바이오는 1일 서울 콘래드 호텔에서 글로벌 R&D 전략과 차별화된 기술 이전 모델을 공식 발표했다. 김용주 대표는 “이미 임상에 진입한 5건에 더해, 2027년까지 15개 이상 추가 파이프라인을 전임상·임상 단계로 진입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올해 새로 확보한 항암 타깃 항체만 4종에 이른다.

대표 기술인 ADC는 항체가 암세포 표면 항원을 정확히 인식해 표적 결합한 뒤, 링커로 결합된 약물(페이로드)이 세포 내에서 방출돼 암세포만 강력하게 제거한다. 리가켐바이오는 고유 ADC 플랫폼 ‘콘쥬올(ConjuAll)’로 이중항체항체(이하 BsADC), 듀얼 페이로드, 면역조절항체결합체(AIC) 등 다층적 파이프라인을 구축 중이다. 기존 방식 대비 치료 효과와 표적 다양성에서 큰 강점을 지녔다는 평을 받는다.
특히 ‘빅 패키지 딜’은 복수 임상·비임상 후보물질과 플랫폼 기술을 한 번에 라이선싱하는 모델로, 기존 단일 자산 딜보다 거래 규모가 수 배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채제욱 수석부사장은 “임상·전임상·연구 단계 자산과 플랫폼이 결합돼 빅파마 수요에 직접 대응할 만한 경쟁력이 생겼다. ADC 항암제를 주력하는 글로벌 제약사와 협상 폭을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바이오 베스트 ADC’ 전략도 병행한다. 특허 만료를 앞둔 기존 ADC에 자사 기술을 접목해 효능을 높인 개선판으로 재진출하는 방식이다. 이미 해외 대형 제약사와 파이프라인 공동개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특허 만료 리스크와 경쟁사 추격에 대응해 신규 파이프라인 확보에 속도를 내는 것도 특징이다. 실제로 최근 자사 기술을 모방한 제품 출시 사례가 나타나면서, 플랫폼 특허와 ADC 완제품 특허의 동시 관리가 중요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유럽 기업이 ADC 혁신을 주도했으나, 최근 한국·중국·일본 기업이 공격적 투자와 플랫폼 다양화 전략으로 격차를 좁히는 양상이다. 채 부사장은 “플랫폼 특허와 완제품 특허를 연이어 확보해 경쟁 우위를 지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 생태계 차원에서는 정부의 바이오 산업 투자, 상장 문턱 완화 및 공공 펀드 확대 등 제도적 지원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김 대표는 “국내 바이오 산업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선진국과의 격차를 영원히 좁히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고 강조했다. 박세진 사장도 “투자 활성화와 공공 자금 지원,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이 뒷받침돼야 지속적 성장이 가능하다”고 했다.
업계는 리가켐바이오의 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 실질적 계약과 실용화로 이어질지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기술력·특허·산업 지원의 삼박자가 맞물리는 ‘글로벌 신약 신흥국’ 도약이 가능할지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