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샤갈의 침묵 속 희망”…명화가 건넨 위로→분노에 젖은 마음의 치유법
밝은 미소로 문을 열던 화면 속 공간은 이창용 도슨트의 목소리가 스며들며 서서히 진중한 감정으로 가라앉았다. ‘이슈 PICK 쌤과 함께’ 237회는 명화가 던지는 치유의 손길을 따라 시청자 마음을 두드렸다. 눈길을 머문 곳엔 고통과 희망의 색채가 교차했고, 그림이 일상에 내려앉는 방식이 천천히 가슴에 새겨졌다.
이번 방송에서는 러시아 태생 유대인 화가 샤갈이 자아낸 위로의 메시지가 클로즈업됐다. 샤갈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뼈아픈 차별과 추방, 유랑의 시간을 마주해야 했다. 이창용 도슨트는 샤갈의 예술 세계에서 심연을 껴안은 갈등이 분노와 불안의 시대에 여전히 유효함을 조명했다. 대표작 <출애굽>에 담긴 나치의 박해와 망명, 영혼의 흔들림은 현대 난민 문제와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히며,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선 예술의 위로를 되짚었다.

명화에 담긴 치유는 하나의 작품에 국한되지 않았다. 장 프랑수아 밀레의 <만종>이 내포한 다정한 온기도 공존했다. 19세기 프랑스 농민이 맞닥뜨린 절실하고 버거운 현실, 밀더미 옆 어두운 잿빛으로 그려진 노동과 가족의 무게는 오늘까지 이어진다. 이창용 도슨트는 밀레의 그림이 단순한 동정이 아닌, 자신의 삶과 가족을 위한 기도이자 회복의 메시지였음을 전했다. 촌마을 이발소, 오래된 식당 벽에 걸려 있던 밀레의 <만종>이 우리 마음 구석에서 여전히 삶을 다독인다는 언급은 깊은 공감을 자아냈다.
클로드 모네의 <수련> 역시 전쟁이라는 참담한 시기, 작은 연못에 비친 잔잔함을 통해 평정의 가치를 환기했다. 치열한 현실 속에서도 자연의 빛과 물결은 모네가 바라던 진심을 담았고, 특유의 고요함은 전쟁과 불안에 시달리는 오늘의 우리에게도 조용한 위로로 다가왔다. 수련 위에 아른거리는 시간의 서사는, 12년간 끈질기게 붓을 쥐었던 화가의 인내와 겹겹이 포개져 더욱 진하게 그 여운을 남겼다.
방송의 마지막, 이창용 도슨트는 불만과 불행이 스며든 날들 가운데에서도 대단한 해답보다 명화 앞에 머무는 잠시의 쉼표가 더 넓은 위안을 안긴다고 말했다. 평범한 날들 틈을 지나는 시청자들에게, 그림은 마음의 새벽을 환하게 밝혀 주었다. ‘이슈 PICK 쌤과 함께’ 237회 ‘분노와 불안의 시대, 샤갈이 전하는 마음 치유법’ 편은 6월 29일 저녁 7시 10분에 방송된다. 또, 방송 이후에는 KBS 공식 홈페이지와 Wavve, 유튜브 채널 KBS교양·KBS다큐를 통해서도 시청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