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안 쓰면 제정신이냐…엔비디아, 전사 자동화 가속 예고
인공지능 기술이 글로벌 IT 산업의 업무 방식을 재편하는 가운데, 엔비디아가 사내 AI 활용을 두고 강도 높은 메시지를 던졌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일부 관리자가 직원들에게 AI 사용을 줄이라고 지시했다는 보고를 두고 공개 회의에서 날 선 반응을 보이며, 사내 전 영역에서 AI 활용을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와 AI 인프라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가 내부부터 AI 중심의 업무 문화를 밀어붙이면서, 향후 다른 빅테크 기업들의 조직 운영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현지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입수한 유출 녹음본에 따르면, 황 CEO는 사내 전체 회의에서 일부 관리자의 AI 자제 지시를 언급하며 제정신이냐라는 강한 표현까지 썼다. 이 회의는 엔비디아가 또 한 번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한 직후 열린 자리로, 그는 AI 활용 수준을 두고 사내 기조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CEO는 특히 업무 현장에서 AI가 아직 충분히 매끄럽게 작동하지 않는 영역까지 포함해 될 때까지 쓰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단순 도입을 넘어 직원들이 직접 개선 과정에 뛰어들 것을 주문했다. 가능한 모든 작업은 AI로 자동화돼야 한다는 언급은, 엔비디아가 GPU와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공급하는 기업을 넘어 스스로도 AI로 운영되는 회사 모델을 구축하려 한다는 신호로 읽힌다. 기존 수작업 중심 워크플로에서 AI 보조와 자동화가 결합된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취지에 가깝다.
이 같은 발언은 현재 글로벌 기술기업들 사이에서 전개되는 생산성 경쟁 흐름과 맞닿아 있다. 코드 작성과 테스트, 문서 정리, 데이터 분석, 고객 응대 등 반복적이면서도 규칙성이 높은 업무를 중심으로, 생성형 AI 도구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이다. 엔비디아는 생성형 AI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GPU,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스택을 제공하는 핵심 공급자로서, 자사 조직 내 AI 활용도 또한 상징성이 크다. 내부에서 검증한 활용 모델이 곧 고객사에 제시할 레퍼런스가 되기 때문이다.
다만 직원 입장에서는 AI 업무 자동화가 곧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황 CEO는 이 점을 의식한 듯, AI 도입이 고용 감소로 직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반복했다. 그는 내가 약속한다, 여러분은 할 일이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며, 일의 내용이 바뀔 뿐 필요 인력 총량이 급감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AI 도입으로 단순 반복 업무가 줄어드는 대신, 시스템 설계와 감독, 모델 품질 관리, 데이터 정제와 같은 새로운 역할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제다.
실제 인력 운용에서도 이 같은 기조가 일부 드러난다. 황 CEO는 다른 기술기업들이 감원에 나선 시기에도 엔비디아는 지난 분기에 수천 명을 채용했다고 소개했다. 사무실 주차 공간이 부족할 정도라는 표현을 통해 물량 중심 채용이 진행 중임을 시사했고, 추가로 약 1만 명 정도 더 채용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며 성장 궤적을 강조했다. 고성장 AI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해 연구개발, 제품 엔지니어링, 고객 지원, 데이터센터 운영 인력을 공격적으로 확충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다만 그는 인력 증원 속도보다 중요한 것이 조직 내 흡수라고도 못박았다. 새로운 인력을 빠르게 뽑는 것만큼, 이미 채용된 인력이 기존 팀과 잘 섞이고 AI 중심 업무 방식에 적응하는 과정이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AI 기술을 실제 비즈니스와 접목하는 단계에서는 수평적 협업, 데이터 공유, 도메인 지식과 알고리즘 이해를 겸비한 하이브리드 인재가 필요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인원만 늘리는 방식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쟁 구도에서 보면, 엔비디아의 이번 메시지는 미국 빅테크 전반의 AI 올인 전략과 궤를 같이한다. 미국 주요 클라우드 기업과 검색·소셜 플랫폼 기업들은 이미 사내 개발자용 코드 보조 모델, 사무직용 문서 자동화 도구, 고객 대응용 챗봇 등을 전사적으로 배포하고 있다. 반면 일부 유럽 기업과 아시아 기업들은 개인정보 보호, 기밀 유출, 저작권 문제 등을 우려해 도입 속도를 조절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엔비디아는 이런 상황에서 위험 관리보다는 선제적 실험과 확산에 무게를 두는 쪽으로 분명한 방향을 잡은 셈이다.
정책과 규제 측면에서 보면, 아직 사내용 AI 도구 활용 전략은 각국 법제의 직접적인 규율 대상이 되는 단계는 아니다. 다만 유럽을 중심으로 AI 거버넌스를 강화하는 움직임과, 기업 내부에서의 데이터 보호와 알고리즘 투명성 요구가 높아지고 있어, AI 전면 도입을 선언한 기업일수록 보안과 준법 리스크 관리 체계를 정교하게 구축할 필요가 커졌다. 기업 내부 데이터를 학습에 활용할 범위, 직원들이 사용하는 모델의 기록과 점검 방식 등에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엔비디아의 파격적인 메시지가 결국 인공지능을 둘러싼 기업 전략의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단기적으로는 조직 내 혼선과 부담도 존재하겠지만, 실제로 어느 수준까지 업무 전면 자동화가 구현되고 그 과정에서 인력 구조가 어떻게 재편되는지가 향후 IT 산업 전반의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산업계는 엔비디아의 공격적인 AI 내부 도입 전략이 기술 선도와 인력 운용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아갈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