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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AI 데이터센터”…씨이랩·조앤선즈, 제조현장 AX 가속 나선다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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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 인공지능 전문기업 씨이랩이 조앤선즈와 피지컬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반도체와 제조 현장을 겨냥한 차세대 AI 인프라 사업에 나선다. 단순 학습용 데이터센터를 넘어 실시간 추론과 제어에 최적화된 물리 기반 인프라를 구현해 생산설비와 로봇, 공정 데이터를 직접 다루는 AX 중심 구조를 지향한다. 업계에서는 AI 연산이 클라우드 중심에서 현장 연동형 데이터센터로 이동하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씨이랩과 조앤선즈는 이번 협약을 통해 반도체와 제조 산업 현장과 데이터센터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피지컬 AI 데이터센터를 공동 기획하고 구축을 추진한다. 수도권에 거점 데이터센터를 마련해 주요 생산거점과 네트워크 지연을 최소화하고, 현장 요구에 맞춘 맞춤형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를 설계한다. 양측은 AI 학습보다 서비스 단계의 추론 기능을 최우선으로 두고, 공정 최적화와 설비 제어 같은 고부가가치 운영 서비스 구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피지컬 AI 데이터센터는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센서 데이터와 영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AI 모델이 즉시 분석하고 결과를 되돌려주는 추론 특화 아키텍처를 표방한다. 엣지 단말과 공장 내 서버에서 1차 분석을 수행하고, 데이터센터와 연동해 고난도 연산과 장기 패턴 분석을 처리하는 분산 구조를 택해 초저지연 서비스를 구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설비 이상 징후 탐지, 공정 조건 자동 튜닝, 로봇 경로 재계산 등 현장 의사결정을 지연 없이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양사가 강조하는 핵심 차별점은 디지털 트윈 기반 운영이다. 실제 반도체 라인과 제조설비, 물류 로봇, 안전 설비 등을 가상 공간에 정밀하게 재현하고, 이 디지털 트윈 상에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 공정 조건과 설비 배치를 사전에 검증한 뒤 실제 라인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물리 환경을 그대로 복제한 가상 공장을 데이터센터에서 상시 운영함으로써 정지 시간을 줄이고 생산성 향상을 노리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기술 구현 측면에서는 조앤선즈의 데이터센터 설계 및 운영 역량과 씨이랩의 AI와 디지털 트윈 기술이 결합된다. 조앤선즈는 다양한 산업에서 고밀도 연산에 최적화된 전력 설계와 냉각 구조, 확장성 높은 하드웨어 인프라를 공급해 온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씨이랩은 2019년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엔비디아 프리퍼드 파트너 지위를 확보한 데 이어 2024년 엔비디아 옴니버스 컨피턴시를 획득해 대규모 3차원 시뮬레이션과 디지털 트윈 구축 경험을 쌓아 왔다.  

 

데이터센터 사업 모델 설계도 구체화 단계에 들어간다. 양사는 반도체와 제조 라인의 운영 시나리오를 데이터센터 서비스 구조와 직접 연계해, 고객사가 공장 증설이나 설비 교체 없이도 AI 기반 AX 서비스를 구독형 모델로 이용할 수 있는 구조를 검토 중이다. 특히 씨이랩의 AI 인프라 소프트웨어 아스트라고와 전문 서비스 조직을 결합해, 모델 배포 자동화와 모니터링, 장애 대응까지 포함한 통합 운영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시장 측면에서 피지컬 AI 데이터센터 모델은 기존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와 차별화된 틈새를 겨냥한다. 반도체와 배터리, 전기전자 등 초정밀 제조 분야에서는 수 밀리초 단위 응답 속도와 높은 안정성이 요구돼 해외 하이퍼스케일 클라우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번 모델은 국내 거점형 데이터센터와 엣지 연산을 결합해 지연과 데이터 주권 문제를 동시에 줄이고, 공장 단위 맞춤형 디지털 트윈을 통해 투자 대비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되는 점이 특징이다.  

 

글로벌 기업들도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AI 팩토리와 인더스트리얼 메타버스 개념이 빠르게 부상하며, 데이터센터가 단순 연산 인프라를 넘어 산업 현장을 실시간으로 복제하는 거점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제조 특화형 AI 데이터센터 사례가 제한적인 만큼, 이번 프로젝트가 레퍼런스로 자리 잡을 경우 후속 투자와 표준화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씨이랩은 피지컬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국내외 주요 AI 기업과의 전략적 협력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AI 인프라와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영역 기업과 연계해 GPU 기반 연산 자원, 산업 특화 AI 모델, 운영 자동화 도구를 하나의 생태계로 묶어 공급하고, 조앤선즈는 이를 수용할 수 있는 고신뢰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지속 확장하는 방식이다.  

 

조병권 조앤선즈 대표는 씨이랩의 AI 기술 역량과 자사의 데이터센터 사업 역량을 결합해 확장성과 수익성을 갖춘 AI 데이터센터 사업 모델을 지속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윤세혁 씨이랩 대표는 AI 인프라와 디지털 트윈 기술을 기반으로 산업 현장과 연결되는 피지컬 AI 역량을 축적해 왔다며, 조앤선즈와의 협력을 통해 제조 현장의 AX 수요를 지원하고 활용률이 높은 피지컬 AI 팩토리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러한 피지컬 AI 데이터센터 모델이 실제 공장 현장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 주시하고 있다.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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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이랩#조앤선즈#피지컬ai데이터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