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전산망 마비 9일째”…복구 총력 속 인력 피로 누적, 산업 운영 타격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전국적인 국가 전산망 장애 사태가 장기화되며, IT인프라의 신뢰성과 행정 시스템 전반의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다. 정부는 추석 연휴에도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소속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인력 피로와 심리적 부담이 현장에 누적되고 있다. 단일 장애로 발생한 정부 정보시스템 중단은 각 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 산업 사회 전반의 운영 리스크를 한층 가중시키고 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디지털 국가 기반의 위기관리 체계 전환점이자, IT 인프라 ‘재난 대응’ 역량 재평가의 분기점으로 분석한다.
지난달 26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센터 화재로 647개 정보 시스템이 순차적으로 가동을 멈췄고, 정부는 800여 명 투입 및 24시간 비상근무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4일 기준 복구 완료된 서비스는 116개(17.9%)에 불과해, 복구 속도가 민간 수요와 산업계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번 화재는 고도화된 IT 인프라가 단일 거점에 집중된 구조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행안부는 ‘복구 골든타임’을 선언하며 연휴 기간 전국 직원 및 협력사 인력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시스템 간 복잡한 연동, 데이터 백업, 보안 및 검증 절차 등이 복구 난이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행안부 디지털정부혁신실 소속 공무원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무리한 복구 독려로 인한 인적 리스크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행안부와 산하 기관은 긴급 회의를 통해 심리 상담 지원, 휴식 보장, 실무 인력 추가 투입 등 인력 관리 개선책을 마련 중이다.
이번 전산망 장애는 각종 행정 서비스 뿐만 아니라, 고용노동·보건복지 등 주요 부처 및 공공부문 민원·신고 시스템, 산업계 지불 및 인허가 정보 관리 등까지 실질적 차질을 불러왔다. 일부 서비스는 수기 업무, 임시 웹사이트, 24시간 비상 신고체계 등으로 전환되며 응급 대응은 이뤄지고 있으나, 디지털 데이터 집약도 높은 의료·노동·행정 분야에서 불편과 사각지대가 잇따르고 있다.
한편, 글로벌 차원에서는 다중화(이중화) 인프라, 물리적 분산 클라우드 도입, 재난 대응 자동화 솔루션 등이 이미 확산되고 있다. 미국, 일본, 유럽 행정기관들이 IT 재해 복구(IT DR) 시스템을 규제로 도입해온 반면, 국내 주요 데이터센터는 단일 센터 의존도와 현장 인력 업무 부담이 높아, 산업계와 학계는 구조적 한계 보완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복구 완료 서비스 확대와 동시에 유사 사태 방지 대책 수립 및 관리 체계 혁신을 예고한 상황이다. 논의 중인 대책은 센터 이원화, 데이터 백업 강화, 예비 운영 체계 법제화 등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장애가 산업·행정 인프라 위기 대응의 국가 보안 패러다임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면서 “기술적 완성도와 인력 건강, 법제도 혁신 간의 균형이 디지털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계는 복구가 안정적으로 마무리된 뒤 장기적 대비책, 인프라 분산과 재난관리 체계 확립 논의가 본격화될지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