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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용 마약류 사고 급증”…관리 사각지대 지적에 대책 촉구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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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용 마약류의 사고 및 관리 실태가 의료계는 물론 보건정책 분야에 새로운 경종을 울리고 있다. 2023년 한 해에만 3881건의 사고가 보고됐으며, 최근 5년간 도난·분실된 의료용 마약류는 5만6781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관리의 전 과정에서 사고가 증가하는 양상은 의료 및 제약 유통 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는 이런 수치는 의료용 마약류에 대한 통제 및 관리 시스템 강화가 시급하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백종헌 의원실이 10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의료용 마약류 사고 발생 건수와 범위 모두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2020년 사고 2934건에서 2023년 3881건으로 32% 증가했고, 사고 발생 장소 또한 같은 기간 1164개소에서 1505개소로 29% 늘었다. 파손, 변질, 분실 등 사고 유형도 다변화되며, 그 중 파손사고가 전체의 과반을 차지했다.

이 같은 사고는 의료기관뿐 아니라 도매업체, 약국 등 유통·조제 과정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2023년 기준 병원에서 70%의 사고가 일어났으며, 도매업체 사고는 같은 기간 73% 증가, 약국도 약 69%의 사고 증가세를 기록했다. 최근 5년 중 2023년이 도난·분실 건수 및 분실총량 모두 가장 높았으며, 대표적 도난·분실 성분은 ‘디아제팜’, ‘알프라졸람’, ‘로라제팜’ 순으로 상위에 올랐다.

 

특히 의료용 마약류 관리의 빈틈은 사고 예방은 물론, 향후 환자 안전과 직결되는 이슈다. 재고 관리나 보관, 운송 단계의 관리 사각지대가 상존하고 있는데, 이는 디지털 재고관리 시스템 및 IoT(사물인터넷) 기반 실시간 모니터링 등 정보기술 솔루션 도입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국내외 의료기관들은 이미 일부 단계에서 RFID(무선인식) 기반의 의약품 추적 시스템, 디지털 화물 이력관리 등 IT 인프라 확충에 착수하고 있으나, 산업 전체로 확장되는 데는 규제 표준화와 예산 투자 확대가 선결 조건으로 꼽힌다.

 

글로벌 제약 산업에서는 이미 미국 DEA(마약단속국)와 유럽 EMA(의약품청) 등이 엄격한 의약품 유통관리 지침 및 디지털 이력 관리 제도를 운영 중이다. 그러나 국내에선 제도적 근간이 미완의 상태인 만큼 유통 투명성·추적성 제고를 위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이어진다. 더불어, 데이터 관리와 개인정보 보호, 취급자 교육 의무화, 사고 대응체계 신속 구축 등이 동시에 논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의료용 마약류 사고 예방을 위해 전 주기적 관리체계 도입이 실효성을 가질 것으로 본다. 백종헌 의원은 “의료용 마약류 사고와 도난을 예방하려면 전 과정의 관리 체계 강화, 취급자 교육 확대, 신속한 사고 대응 체계 구축 등 종합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실제 현장에 디지털 관리시스템이 안착할 수 있을지, 관리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제도·기술적 전환점이 마련될지 주목하고 있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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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용마약류#백종헌#식품의약품안전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