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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4차 발사 위성 교신 가속…우주과학 실증 본격화

최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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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발사체 누리호 4차 발사가 위성 실증 단계에서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우주항공청은 차세대중형위성 3호를 비롯한 다수의 소형위성이 목표 궤도 안착 후 지상국과 교신에 성공하며 초기 운영 국면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위성 본체와 탑재체 성능 검증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국내 우주과학 임무와 민간 소형위성 산업의 실질적 역량 확인 무대가 될 전망이다. 업계는 이번 발사를 한국형발사체를 활용한 위성 성능 검증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우주항공청에 따르면 27일 새벽 1시 13분 누리호에 실려 발사된 차세대중형위성 3호 차중3호는 목표 태양동기궤도 안착 후 1시 55분 남극 세종기지 지상국과 첫 양방향 교신에 성공했다. 이어 새벽 2시 48분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지상국 안테나를 통한 교신에도 성공했으며, 현재까지 항우연 지상국과 2차례, 남극 세종기지와 노르웨이 스발바르 등 해외 지상국과 12차례 등 총 14차례 양방향 교신을 수행한 상태다.

첫 교신에서는 위성 본체 전력계, 자세제어계, 통신계 등 주요 구성품의 정상 가동 여부를 점검했다. 추후 대전 항우연 지상국 등을 활용해 위성의 세부 상태정보를 내려받고 궤도, 온도, 전력 여유도 등 세밀한 항목에 대한 정밀 점검을 이어갈 계획이다. 통상 이 단계에서 위성의 장기 운영을 좌우하는 초기 결함 여부가 드러나는 만큼, 교신 안정성은 향후 임무 수행 가능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여겨진다.

 

차중3호는 약 2개월간의 초기 운영을 거쳐 탑재체 기능 점검과 임무 준비를 마친 뒤, 1년간 태양동기궤도에서 지구를 하루 약 15바퀴 돌며 본격적인 우주과학 임무를 수행할 계획이다. 태양동기궤도는 위성이 항상 비슷한 태양 고도에서 지구를 관측하도록 설계된 궤도로, 일정한 조도 조건을 유지해 안정적인 과학 관측과 실험 데이터 확보에 유리하다.

 

이번 위성에는 바이오와 우주환경 측정, 대기 관측을 아우르는 첨단 탑재체가 실렸다. 바이오 3D프린팅 기반 줄기세포 3차원 분화 배양검증 장치 BioCabinet은 미세중력 환경에서 줄기세포를 3차원 구조로 배양하며 분화 특성을 분석하는 장비다. 지상보다 중력 스트레스가 적은 우주 환경에서 세포 조직이 어떠한 입체 구조를 형성하는지 관찰할 수 있어, 향후 재생의학과 조직공학에 활용될 기초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주목된다.

 

우주플라즈마 자기장 측정기 IAMMAP은 위성이 지나가는 궤도 상에서 우주 플라즈마 밀도와 지자기 변화를 측정한다. 태양풍과 지구 자기장 상호작용에 따른 우주환경 변동은 위성 오작동, 통신 장애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정밀 측정 데이터는 우주기상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기반이 된다. 우주용 광시야 대기광 관측기 ROKITS는 지구 상공에서 발생하는 대기광을 넓은 시야로 관측해 상층 대기의 화학적 조성과 에너지 상태 변화를 추적하는 역할을 맡는다.

 

누리호에 함께 실린 12기의 부탑재위성 중에서도 초기 교신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ETRI, 코스모웍스, 인하대, 카이스트가 제작한 5기의 소형위성은 각 개발 주관기관 지상국과의 교신을 완료했다. 이들 위성 역시 초기 교신을 통해 전력 공급, 자세 안정화, 탑재 컴퓨터 가동 여부 등을 확인했고, 이후 자체 임무 목적에 따른 통신, 지구관측, 우주환경 관측 등 성능 검증에 들어간다.

 

나머지 7기 위성은 현재 일부가 첫 교신을 시도 중이며, 아직 교신이 이뤄지지 않은 위성들은 예정된 궤도 통과 시점을 고려해 추가 교신을 계속 시도할 계획이다. 교신을 앞둔 위성에는 세종대, 항우연, 쿼터니언, 서울대, 스페이스린텍, 우주로테크, 한컴인스페이스 등 대학과 연구기관, 우주 스타트업이 고르게 포함됐다. 각 기관이 자체 지상국 시스템을 운영하며 위성과 개별적으로 교신하기 때문에 교신 시점과 초기 성공 판단 시점이 서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소형위성들은 대체로 큐브위성 규격을 기반으로 설계돼 무게와 크기를 최소화한 대신 통신, 관측, 추진 등 특정 기능을 집중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실제 상용 서비스에 투입 가능한 수준의 통신 페이로드, 고해상도 지구관측 카메라, 소형 추진계, 위성 간 통신 기술 등이 핵심 시험 대상이다. 발사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한국형발사체를 통해 반복적인 우주 실험이 가능해지면, 민간 기업과 대학이 설계부터 운영까지 전주기 경험을 축적할 기회가 넓어질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다양한 국가들이 국가형 발사체와 소형위성을 연계해 민간 우주 생태계를 키우는 전략을 쓰고 있다. 미국은 민간 발사체와 함께 대학, 스타트업 큐브위성 프로그램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고, 유럽과 일본도 국가 발사체를 활용한 소형위성 공동 탑재 프로그램을 운용 중이다. 한국의 누리호 4차 발사는 13기 위성 동시 실증을 통해 이와 유사한 구조를 본격 가동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주항공청은 발사 후 5일이 지나는 다음 달 2일, 부탑재위성 12기의 상태와 교신 결과를 종합해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위성별로 임무 목적과 설계 난이도가 다른 만큼, 단기 성패보다는 실제 임무 수행 기간 동안 축적되는 데이터와 운영 경험이 향후 국산 위성 플랫폼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누리호 4차 발사가 13기 위성에 성능 검증 기회를 제공해 우주 임무 수행을 통해 위성 산업 역량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 5차와 6차 발사도 성공적으로 준비해 탑재 예정 위성들에 대한 성능 검증 기회를 차질 없이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한국형발사체를 중심으로 한 반복 발사 체계가 실제 시장에 안착해 민간 수요를 끌어낼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최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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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차중3호#우주항공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