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점 헤더 쏘아올린 교사”…그레이, 보카전 골→오클랜드 시티 기적의 무승부
경기장의 긴장은 순간적으로 숨을 죽였다. 이른 새벽의 담담한 얼굴들, 그러나 그레이가 손을 번쩍 치켜올린 순간, 선수들은 울컥하는 기색으로 서로를 안았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은 한 방, 오클랜드 시티는 자신들이 작지만 강한 심장을 가진 팀임을 증명했다.
오클랜드 시티 FC는 25일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 지오디스 파크에서 열린 2025 국제축구연맹 클럽 월드컵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보카 주니어스와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오클랜드 시티는 32개 클럽 중 최약체로 평가받았다. 소속 선수 상당수는 체육 교사, 학생, 제약회사 직원 등으로 본업과 선수 생활을 병행하고 있었다.
전반 26분, 골키퍼 네이선 개로우가 불운한 자책골을 내주며 선제 실점했다. 이에 따라 오클랜드 시티는 한층 더 수세적인 경기를 펼쳤고, 보카 주니어스의 거센 슈팅과 공격이 쉼 없이 이어졌다. 오클랜드 시티 골문은 거푸 흔들렸지만, 골포스트와 개로우의 선방 덕분에 추가 실점은 막아냈다.
후반 6분, 경기 흐름이 바뀌는 순간이 찾아왔다. 오클랜드 시티의 수비수이자 체육교사로 활동하는 크리스천 그레이가 제르손 라고스가 올린 코너킥을 헤더로 연결하며 극적인 동점골을 터트렸다.
경기 전체적으로 보카 주니어스는 40개의 슈팅을 쏟아냈으나, 오클랜드 시티는 단 3개의 슈팅만 기록했다. 71회의 걷어내기 기록은 오클랜드 시티의 치열한 실리축구를 방증했다. 지루한 뇌우로 인한 경기 중단 속에서도 오클랜드 시티는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고, 이변의 승점 1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경기 후 크리스천 그레이는 “우리는 자원봉사자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단이다. 모두가 행복한 것이 기쁘다”며 소감을 전했다. 이어 “한 달 동안 과제들이 쌓였지만 곧 방학이 시작된다”며 자신만의 솔직한 아마추어 정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폴 포사 감독은 “보카 주니어스 팬들에게 상처를 준 점은 유감이지만, 팀의 명예와 자부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의미를 더했다. 반면 보카 주니어스는 만약 승점 3을 얻었다면 16강 진출 희망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무승부에 그치며 탈락했다. 미겔 앙헬 루소 감독은 “벤피카 경기 결과에 신경을 쏟았다”며 경기집중에 아쉬움을 남겼다.
오클랜드 시티는 이번 무승부로 값진 승점 1을 챙기며 클럽 월드컵 무대에서 오세아니아 챔피언의 저력을 재확인했다. 공식 일정을 모두 마쳤으나, 선수들은 다시 세계 무대를 향해 묵묵히 도전의 실타래를 풀 것으로 보인다.
시청자들은 그레이의 헤더처럼 삶의 예기치 않은 반전과 작은 용기가 모여 만드는 기적을 오클랜드 시티의 이야기에서 읽어낼 수 있었다. 이 특별한 순간은 여전히 많은 축구 팬들의 가슴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