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책이 건네는 위로”…강동북페스티벌, 일상에 작은 쉼표를 남기다
요즘 마음이 답답할 때면 도서관 앞마당에 잠시 머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예전엔 책 축제가 다소 형식적인 행사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누구나 일상의 쉼표로 책과 음악을 찾는다.
11월의 가을볕 아래, 서울 강동구에서 펼쳐진 ‘강동북페스티벌’ 풍경이 그랬다. 올해로 16회를 맞은 이 축제는 강동중앙도서관의 새 출발과 함께 더 풍성해졌다. ‘THE LIBRARY: 도서관 +’라는 주제로 도서관 안팎, 둔촌 1동 근린공원에는 각양각색 전시와 체험, 공연 부스가 준비됐다. 가장 눈길을 끈 건 한석준 아나운서가 전한 ‘행복한 인생을 위한 소통’ 강연이었다. 그의 따뜻한 이야기와 현장에 울려 퍼진 박혜진 아나운서의 ‘낭독 with Piano’ 공연은 관람객들의 감정을 단단히 엮어주기에 충분했다.

이런 변화는 현장 곳곳에서 포착된다. 배우다 재즈밴드의 즉흥연주, 구립청소년교향악단의 현악 4중주, 마술 공연이 이어지는 야외 무대부터, 한길사 김언호 대표의 책 사진전이 펼쳐진 열린미술관, ‘잇북인강동 책가도’ 야외 전시까지—부모와 아이, 친구들, 혼자 온 주민까지 모두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책과 문화에 스며들었다. 주민들은 “책을 읽는 시간이 어느새 하루의 힐링이 됐다”고 고백했고, “아이와 함께 공연을 즐길 수 있어 좋았다”는 SNS 인증글도 많았다.
전문가들은 “공공도서관과 도서축제의 만남이 지역 일상에 문화적 밀도를 더한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축제에는 교보문고 전자책, 지역 서점, 한국점자도서관,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등 다양한 단체가 참여해 독서문화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독서는 물론 장애인·비장애인이 어우러지는 프로그램, 주민이 직접 운영하는 가지마켓과 책 읽어주기 부스, 기념 굿즈와 포토존까지—모든 연령층이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이런 지역 축제가 계속됐으면”, “책이 있어 동네가 다정해진 느낌”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휴대전화 대신 책을 매만지며, 혹은 낯선 음악과 마술에 빠지며, 주민들은 무심코 지나치던 일상 속에서 색다른 감정을 발견했다.
책과 문화, 사람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현장에서 전문가들은 “축제는 거창하지 않아도, 지역에 몰고 오는 변화의 물결은 크다”고 표현한다. 그만큼 일상 속 작은 축제, 함께 읽고 듣는 시간이 공동체를 한 뼘 더 가깝게 만든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강동북페스티벌이 남긴 잔잔한 여운처럼, 나의 일상에도 더 많은 문화의 쉼표가 놓이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