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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효하는 역전승”…라두카누, 크리스티안 돌파→크레이치코바와 운명의 16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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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효하는 역전승”…라두카누, 크리스티안 돌파→크레이치코바와 운명의 16강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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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 코트에 서늘한 저녁바람과 박수 소리가 교차하던 순간, 에마 라두카누가 또 한 번 자신의 이름을 들려줬다. 승부의 분수령마다 흔들리지 않고 코트에서 버틴 라두카누는 1회전 상대 재클린 크리스티안을 상대로 모두 역전 드라마를 써내려갔다. 한 포인트마다 엇갈린 탄식과 환호 속에서 라두카누는 흐름의 물꼬를 틀며 2-0(6-3 6-4) 완승을 기록, WTA 코리아오픈 16강에 안착했다.

 

이날 경기 초반 라두카누는 각 세트에서 1-3까지 밀리는 고전을 겪었다. 그러나 침착한 수비와 네트 앞 승부, 그리고 결정적 순간마다 적중한 브레이크로 연거푸 게임을 가져오며 1세트 6-3, 2세트 6-4로 승리를 일궈냈다. 긴 랠리, 두 번의 세트포인트 위기마저 잡아낸 라두카누는 “오랫동안 기다렸던 경기에서 이겨 무척 기쁘다. 포인트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집중했다. 16강 진출로 팬들과 기쁨을 나눌 수 있게 돼 행복하다”고 밝혔다.

“역전승으로 16강 진출”…라두카누, 크리스티안 제압 후 크레이치코바와 맞대결 / 연합뉴스
“역전승으로 16강 진출”…라두카누, 크리스티안 제압 후 크레이치코바와 맞대결 / 연합뉴스

라두카누는 2022년 코리아오픈 4강, 2023년 8강을 기록한 바 있다. 올해 16강에서는 생애 처음으로 바르보라 크레이치코바와 대결한다. 크레이치코바는 2022년 윔블던 단식 우승을 차지한 세계 39위의 강호다. 서울에 모인 팬들의 기대와 긴장 속에서 치열한 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한편, 한국 선수들은 아쉬움을 남겼다. 백다연은 베아트리스 아다드 마이아에 0-2로, 박소현과 구연우 역시 강호 시니아코바, 브아송에게 각각 2세트 연속 패배를 당했다. 백다연은 “1세트 듀스에서 앞서 있다 브레이크에 실패한 점이 가장 아쉽다”며 소회를 전했다. 국내 팬들의 응원과 박수가 코트를 울렸지만 첫걸음의 관문은 높았다.

 

오는 18일에는 올해 윔블던 챔피언 이가 시비옹테크의 첫 경기가 대회 열기를 더할 예정이다. 오후 3시 30분에서 4시 사이, 소라나 크르스테아와 8강 진출을 두고 맞붙게 된다. 경기 전 코트에는 에카테리나 알렉산드로바와 브아송이 선을 보일 예정이다.

 

저물어가는 초가을 밤, 코트 위에서 이어진 승부와 패배의 기록은 보는 이의 마음도 조용히 흔들었다. 숨죽인 채 바라보는 관중의 눈빛, 라두카누와 한국 선수들의 표정에 담긴 단단한 의지가 서울의 밤하늘을 비췄다. WTA 코리아오픈은 선수와 팬 모두의 이야기를 더해가며, 또 다른 승부의 하루를 기다리고 있다.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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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두카누#크리스티안#크레이치코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