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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칩 성능 논란에 판매 부진”…엔비디아, 중국 시장 공략 난항 전망
국제

“AI 칩 성능 논란에 판매 부진”…엔비디아, 중국 시장 공략 난항 전망

김소연 기자
입력

현지 시각 17일, 미국(USA)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출시한 인공지능(AI) 추론 칩 ‘RTX 6000D’가 초기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치는 미·중(USA-China) 무역 갈등과 미국 정부의 대중(對中) 첨단 기술 수출 규제가 맞물린 상황에서, 중국(China) 테크기업들의 수요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양국 간 기술 패권 경쟁이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과 시장 질서를 재편하는 양상이라는 평가다.

 

엔비디아는 최근 미국의 수출 규제를 우회해 중국에서 합법적으로 공급 가능한 추론 전용 칩 ‘RTX 6000D’를 현지에 선보였다. 그러나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샘플 성능 평가에서 이 칩이 현지 회색시장 유통 제품인 ‘RTX 5090’보다 낮은 성능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RTX 6000D’의 판매가격이 RTX 5090 대비 두 배에 달해 중국 테크 대기업인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 등은 실제 주문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주요 테크기업들은 동일 가격대에서 더 나은 성능의 칩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을 거론하며 ‘RTX 6000D’에 미온적 반응을 보이는 실정이다.

엔비디아 중국 전용 AI 칩 ‘RTX 6000D’ 판매 부진…가격·성능 논란
엔비디아 중국 전용 AI 칩 ‘RTX 6000D’ 판매 부진…가격·성능 논란

‘RTX 6000D’는 최신 아키텍처 ‘블랙웰(Blackwell)’을 적용했지만, 고성능 메모리(HBM)가 아닌 GDDR 메모리를 탑재해 메모리 대역폭에서 한계를 보인다는 지적이 현지에서 제기된다. 미국(USA)이 1.4TB/s 미만 성능에 한해 중국 수출을 허용하면서, RTX 6000D는 규제 한계치에 맞춰 설계됐다. 그러나 성능·가격 측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실망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와 달리, 미국 투자은행 JP모건과 모건스탠리는 ‘RTX 6000D’의 하반기 중국 출하량과 재고가 각각 150만~200만 개에 이를 것이라 전망했으나 실제 시장 반응은 온도 차가 크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중국 매체와 업계 관계자들은 “학습용 고성능 칩에 대한 수요가 지배적이며, 규제를 피해 설계된 저사양 추론 칩은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반응을 전했다.

 

중국 주요 IT 대기업들은 학습용 AI 칩 ‘H20’ 및 H20의 뒤를 잇는 ‘B30A’의 공급 재개 및 출시 시점을 최우선 관심사로 삼고 있다. H20 역시 4월부터 수출이 금지됐다가 7월부터 일부 완화됐으나, 미국 정부가 부과한 대중 매출 15% 납부 규정 미정비로 출하가 지연 중이다. B30A는 최대 6배의 성능과 2배 가격으로 차세대 AI 학습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AI 모델 개발 과정에서는 추론용 칩보다 수배 높은 성능의 학습용 칩에 대한 필요성이 절대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AI 반도체 수출 통제와 중국 내 수요 재편이 맞물리면서,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 맞춤형 전략이 단기간 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중국 현지 기업들이 고성능 칩의 행방을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 정부 간 통상 협상과 규제행정이 추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는 “엔비디아의 ‘중국 전용’ 전략은 미·중 디커플링 가속화의 단면”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도 “중국 내 AI 칩 구매력은 여전하나 규제 환경 변화에 따라 엔비디아의 현지 실적이 출렁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 전략이 미국의 수출 제약, 중국 현지 수요 구조, 양국 첨단 기술 패권 경쟁이라는 삼중 변수 속에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AI 반도체 공급망의 지정학적 재편 흐름에서 이번 현상이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주목된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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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rtx6000d#중국테크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