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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엔 땀, 밤엔 잠 설친다”…서울 34도 폭염 일상화에 지친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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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엔 땀, 밤엔 잠 설친다”…서울 34도 폭염 일상화에 지친 도시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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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한 낮의 태양보다 밤의 더위가 더 길게 남는다. 예전에는 한여름만 지나면 선선해질 거라 믿었지만, 이제는 7월부터 8월까지 폭염과 열대야가 당연한 서울의 일상이 됐다.

 

24일, 서울은 낮 최고 34도를 기록했다. “이 정도 더위는 예고편에 불과”라며 한 직장인은 웃었지만, 숨을 들이키는 순간 습한 열기가 코끝을 파고들었다. SNS엔 “집 밖은 사우나”, “에어컨 없으면 못 견딘다”는 한탄이 연이어 올라온다. 오후 9시에도 기온계가 25도를 웃돌자 베란다로 선풍기와 이불을 들고 나가는 풍경은 이젠 특별하지 않다.

출처: 아큐웨더
출처: 아큐웨더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25일과 26일 서울의 낮 기온은 37도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 주 내내 폭염이 고개를 들고, 28일부터는 소나기와 열대야가 번갈아 시민들을 잠 못 이루게 할 거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폭염이 ‘일상의 리듬’을 바꾸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관계자는 “폭염과 열대야가 길어지면서 야외 활동 시간이 줄고, 실내 라이프를 지향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분석했다. 교통 혼잡 시간대도 바뀌고, 일부 회사는 출근 시간을 조정하거나 재택근무를 확대했다. 생수와 부채, 쿨링 패드 등 폭염 대응 제품 소비가 늘며, 집콕 문화가 다시 한 번 힘을 얻고 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요즘은 자꾸만 물을 들고 다니게 된다”, “저녁에도 도로가 후끈해서 산책하기 망설여진다”, “밤에도 에어컨을 끌 수가 없다” 등 일상 속 힘겨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하지만 “폭염에 맞춘 생활 패턴을 찾는 것도 일종의 적응”이라는 긍정론도 보인다.

 

결국 작고 사소한 변화지만, 우리의 여름나기는 더 유연해지고 있다. 폭염과 열대야, 그리고 그 다음 찾아올 소나기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여름을 견디며 또 한 번의 리듬을 배워가고 있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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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폭염#열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