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한 걸음”…이경규, 약물운전 혐의 후회→돌이킬 수 없는 침묵의 경계
불 꺼진 강남 밤거리, 흔들리는 발걸음에는 감당하기 힘든 책임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이경규는 몸 상태가 좋지 않던 어느 날, 별다른 경계 없이 운전대를 손에 쥔 채 서울 강남의 어둠을 가로질렀다. 늘 밝은 웃음으로 대중과 마주하던 그의 뒷모습은 이 순간만큼은 긴 침묵과 망설임 속에서 진한 후회를 남겼다.
지난 8일, 서울 강남구의 조용한 골목에서 이경규의 차량이 주차 중인 버스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CCTV 영상에는 이경규가 비틀거리는 모습과 함께, 밤길을 지나던 자동차 두 대가 위태롭게 중앙선을 넘어가는 위험한 순간이 잡혔다. 버스 운전자는 이경규가 “감기약 때문에 감각이 늦어졌다”는 말을 했다는 증언을 남겼고, 사건의 이면에는 얼마나 조심해야 할 연예인의 삶이 담겨 있었다.

사고 직후 이경규는 잠시 멈춰 선 뒤 차량을 인근으로 이동시켰다. 그리고 곧장 근처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그날 엔진 열기가 식지 않은 차량을 20미터 떨어진 주차장에 남겼다. 익숙지 않은 동선에 직원들은 당황했고, 이경규 또한 “아 그런가요”라며 어색한 분위기를 감추지 못했다. 세차장에서도 실수는 이어졌다. 후진 대신 앞쪽으로 차량을 몰아 벽에 충돌했고, 혼란스러운 마음은 이후 신호 없는 도로에서의 불법 좌회전으로 흘러갔다.
경찰은 인근 차량 절도 의심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이경규에게 약물 간이시약 검사를 시행했다. 이어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에서도 그는 약물 복용 반응을 보였으며,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4일 오후, 이경규에 대한 소환 조사를 실시했다. 경찰은 “정상적으로 처방받은 약물이더라도 운전 능력에 영향을 준다면 법적 처벌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긴 조사 직후, 많은 시선이 쏠린 자리에서 이경규는 고개를 숙이고 심경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공황장애 약을 복용하고 몸이 나빴을 때, 운전이 위험한 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앞으로 이런 계통의 약을 복용하게 된다면, 반드시 운전을 자제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사회적으로 주의를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다면 좋겠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지난날의 실수가 어둠이 돼 그의 마음을 무겁게 누른다. 하지만 이경규는 그 무게를 정면에서 마주하며, 자신만의 언어로 경계와 책임의 메시지를 세상에 전했다. 웃음의 아이콘이던 한 남자의 깊은 반성과 다짐이, 오늘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큰 여운으로 남는다. 약물 운전은 단 한 순간의 방심으로도 되돌릴 수 없는 잘못임을, 이경규의 이야기가 뚜렷하게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