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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노조 공식 출범”…의료 현장 인권투쟁 새 국면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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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노조 공식 출범”…의료 현장 인권투쟁 새 국면 예고

윤지안 기자
입력

전국 전공의를 대표하는 대한전공의노동조합(전공의노조)이 14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공식 출범 선언을 하면서 국내 의료산업 현장에 구조적 변화 신호를 던지고 있다. 현직 전공의들이 조직적으로 집단행동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수십 년간 이어진 열악한 수련환경과 장기노동, 인권 문제 해소에 대한 산업적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의료계는 이번 노조 출범을 ‘전공의 인권 보장 요구가 사측과 정부를 상대로 본격 제기되는 분기점’으로 판단하고 있다.

 

전공의노조는 이날 전국 단위의 조합 설립을 공식화하고, 설립 경과 및 향후 투쟁 계획을 발표했다. 초대 노조위원장은 유청준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이 맡았다. 노조 측은 “법이 지켜지지 않는 수련 현실 속에서 전공의들은 단순한 노동력이 아닌,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전문인력”임을 강조하며, 근로기준법과 전공의법의 전면적 준수, 수련환경 개선, 인권 보장, 사회적 약자 연대를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전공의의 근로환경은 그간 24시간 당직, 초과노동, 과로탈진이 일상화된 산업의 대표적 노동인권 사각지대로 꼽혀왔다. 노조 관계자는 “전공의 인권이 보호받지 않는 구조는 궁극적으로 환자 안전까지 위협하는 산업적 지체 요소”라고 지적했다. 기존 2006년 최초의 전공의 노조가 중앙 조직 한계와 저조한 참여로 사실상 무력화된 바 있어, 이번 재창립은 전국 단위 분산된 수련병원 모두를 포괄하며 업계 내 상징적 의미를 더했다.

 

전공의노조의 설립은 한국 의료산업이 세계적으로 높은 의료 접근성과 의사 수련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인재 유출, 번아웃, 의료분쟁 등 고질적 현안의 혁신적 해법 요구가 높아진 흐름과 맞물린다. 미국, 영국 등에서도 레지던트(전공의) 노조가 이미 집단협상과 처우개선의 관건적 플레이어로 기능하고 있다. 국내 의료계는 글로벌 동향과 달리 ‘인턴·레지던트=단순 수련생’ 구도가 관행적으로 이어져 왔다. 이번 노조 출범은 사측 및 국가, 관련 산업 이해관계자와의 교섭 구조를 현격히 변화시킬 전망이다.

 

정부 및 병원협회 등은 전공의노조가 산업 현장의 규정을 넘어 정책 및 법제도화 이슈, 환자 안전 거버넌스, 의료윤리 기준 등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전공의노조는 당분간 근로시간 단축, 수련환경 질적혁신, 직무기준 개선 등을 집단교섭 의제로 부각할 방침이다.

 

서울 소재 의과대학 한 교수는 “전공의들의 조직적 연대는 현 의료시스템의 인권·효율성·혁신 패러다임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환자 중심 산업 구조 전환을 촉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산업계는 이번 노동조합 출범이 실제 의료 현장과 제도가 변화하는 신호탄이 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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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노조#유청준#의료인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