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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특혜 의혹 핵심 인물 재소환”…김건희 오빠 김진우, 구속 기각 후 첫 특검 조사

한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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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김건희 대통령 배우자의 오빠인 김진우 씨가 구속영장 기각 이후 첫 피의자 조사를 받으면서, 민중기 특별검사팀 수사가 새로운 분수령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진우 씨는 27일 오전 8시 25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지난 19일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한 뒤 진행되는 첫 대면 조사다. 특검팀은 이날 조사에서 보완수사를 진행한 뒤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그는 출석 과정에서 취재진이 “김건희 씨의 물건을 그의 부탁을 받고 옮겨둔 것 아니냐”고 질문했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사실로 향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증거인멸 정황을 둘러싼 사실관계, 추가 관여 여부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특검팀은 이날 김진우 씨의 증거인멸 혐의와 관련된 인물로 지목된 배우자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배우자 역시 별도 발언 없이 특검 사무실로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부부 간 공모 여부와 구체적 행위 경위를 함께 따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우 씨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혐의를 비롯해 업무상 횡령·배임, 증거인멸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팀에 따르면 그는 모친 최은순 씨와 시행사 ESI&D를 차례로 경영하면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양평 공흥지구에 350세대 규모 아파트를 조성해 약 8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뒤, 허위 서류를 이용해 개발부담금을 축소하려 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김건희 여사가 김상민 전 부장검사로부터 공천 청탁의 대가로 받은 것으로 지목된 이우환 화백의 그림을 장모 자택에 숨겨두는 방식 등으로 수사 관련 증거를 은닉하는 데 관여한 혐의도 함께 적용됐다. 수사팀은 그림 이동 경로와 보관 시점, 관련 진술을 토대로 김진우 씨의 개입 정도를 계속 확인 중이다.

 

김진우 씨는 지난 19일 진행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최은순 씨가 운영하던 요양원에서 발견된 경찰 인사 관련 문건 등 물증을 자신이 없앤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법원은 해당 행위가 주요 혐의인 공흥지구 개발사업과 직접 연결된 증거인멸 우려로 곧바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도주 우려와 추가 증거인멸 가능성 판단에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수사팀은 최은순 씨에 대해서는 김진우 씨와 모자 관계인 점, 범행 가담 정도, 건강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다만 공흥지구 사업 구조와 자금 흐름을 파악하는 데 핵심 참고인인 만큼, 향후 추가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사 범위는 정치권으로도 확장됐다. 전날 특검팀은 공흥지구 개발 당시 양평군수였던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혐의 피의자로 불러 조사했다. 김 의원은 김진우 씨와 최은순 씨에게 개발부담금 면제 등 특혜를 제공해 국고에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는다. 특검은 당시 양평군의 행정 절차, 부담금 산정 과정, 규정 적용 여부를 집중 검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선 특검 수사 방향을 놓고 공방이 거세지는 분위기다. 야권은 대통령 배우자와 직계 가족, 여당 현역 의원까지 수사 선상에 오른 만큼 신속한 강제수사와 영장 재청구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여권에서는 충분한 증거와 법리 검토 없이 구속 수사를 밀어붙일 수 없다며 과도한 정치 쟁점화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김진우 씨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향후 정국의 긴장도도 달라질 전망이다. 특검 수사 결과가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의 실체 규명은 물론, 대통령 배우자와 여권 인사 책임론으로까지 번질 수 있어서다. 정치권은 수사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다음 국회 일정에서 관련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한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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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김건희#양평공흥지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