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의료제품 규제조화 논의”…식약처, 글로벌 협력 토대 구축
AI 의료제품 산업의 글로벌 패러다임이 본격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10~12일 공동 개최한 ‘국제 인공지능 의료제품 규제 심포지엄’(AIRIS 2025)이 전 세계 20여개국의 전문가와 기업, 규제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마무리됐다. 이번 심포지엄을 계기로 AI 의료제품의 글로벌 규제조화, 안전성·윤리성 강화, 신뢰 기반 생태계 조성 등 산업 발전의 핵심 의제가 도출되며, 국제 협력 전략이 구체화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행사를 ‘AI 의료제품 글로벌 진출 경쟁의 분기점’으로 해석하고 있다.
AIRIS 2025에서 식약처는 각국 규제기관 대표와 회의·양자 협력 테이블을 꾸리고, AI 의료제품에 적용할 법·윤리·공정성 기준과 향후 정책 방향 등을 논의했다. 행사 결과로 ‘AIRIS 인천 2025 성명문’을 공식 발표해, 국가 간 규제 불균형 해소, 책임성·포용성 기반의 AI 거버넌스 확립, 규제 프레임워크·모범사례 공유, 안전성과 산업 혁신의 균형 등 추진 방향을 명확히 했다. 실제로 이집트 의약품청, 나이지리아 식약청, 말레이시아 의료기기청 등 신흥국 규제기관과 현안 논의를 이어가는 동시에, 이집트 의약품청과는 한국 식약처 신규 등재 및 양국 의료제품 상호협력을 강화하는 MOU까지 성사됐다. 캐나다 의료기기산업협회,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등 민간 주체 간 협력도 확대됐다.

AI, 디지털 기술이 의료제품에 빠르게 도입되면서 기존 허가심사 체계에서 벤치마크할 수 있는 국제 기준과 데이터 기반 심사·인증 모델의 필요성도 커졌다. 국내 의료기기 생산기업, 수출기업을 위한 규제정보 공유, 글로벌 인증기준 전략 세션도 마련됐다. 유럽(EU MDR), 호주, 캐나다 등 선진국 규제당국자들이 현장에 참석해 현지 수출·인증 실무 조언을 전했다. 데이터 활용 범위, 의료 AI의 실제 임상 적용 시 신뢰성 검증, 국제표준에 부합하는 윤리 원칙 정립 등이 주요 논점이 됐다.
기조 세션에는 노벨상 수상자인 데이비드 베이커 교수(딥러닝 활용 신약설계 전문가)가 직접 최신 기술 동향을 공유하고, 국내외 업계·학계의 질의에 답했다. 글로벌 기업 역시 AI로 인한 의료 혁신, 규제 대응 경험, 윤리적 책임 이행사례를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AI 의료제품의 엄격한 검증·평가, 표준화된 프로세스 확립이 필요하다며, “규제와 기술발전이 조화를 이루어야만 산업 전체 신뢰성 제고와 시장 확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규제기관·민간 산업계가 함께하는 글로벌 협력 플랫폼 구축은 AI 의료, 디지털헬스 산업의 세계 진출 가속화에 새로운 토대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 의료기기 시장의 진입장벽도 점진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내수 중심의 규제·인증 시스템에서 벗어나 국제 공조와 통합 규제체계로 이동 중”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식약처는 이번 심포지엄 이후에도 글로벌 규제 연대와 수출기업 지원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국내 AI·디지털헬스 제품이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산업계·학계·정부 간 공조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번 AIRIS 2025를 계기로 한국의 AI 의료제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