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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야드 샷 이글”…권노갑, 95세 홀인원급 집중력→70타 기적의 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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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야드 샷 이글”…권노갑, 95세 홀인원급 집중력→70타 기적의 라운드

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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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깨우는 티샷과 포말처럼 떠오르는 긴장감, 그리고 95세 권노갑의 묵묵한 눈빛은 골프장 그린을 오롯이 감싸 안았다. 백세를 앞둔 노장이지만, 클럽을 쥔 손끝엔 아직도 도전의 온기가 깃들어 있었다. 힘과 집중의 끝에서 탄생한 125야드의 이글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오래된 사계절을 살아온 그의 인생처럼 짙은 울림을 남겼다.

 

24일 경기도 군포 안양컨트리클럽 15번 홀에서 권노갑 김대중재단 이사장은 유틸리티 클럽으로 시니어 골퍼들조차 보기 힘든 장면을 연출했다. 날아간 공이 매끄러운 곡선을 그리며 홀 깃대에 정확히 꽂히자, 주변의 숨소리마저 잠시 멈췄다. 125야드 거리에서 이글, 골프에 인생을 더한 한 방이었다.

“125야드 샷 이글”…권노갑, 95세에 홀인원급 명장면→70타 라운드
“125야드 샷 이글”…권노갑, 95세에 홀인원급 명장면→70타 라운드

이번 라운드에서 권 이사장은 5개의 버디, 1개의 이글, 2개의 보기로 70타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경기 후 그는 “오늘 샷 이글은 내 인생에서 처음 겪는 기적”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1990년대 초반, 60세를 넘겨 골프를 시작한 늦깎이지만 끈질긴 열정 덕분에 노익장을 뽐냈다.

 

소문난 운동 마니아답게 권 이사장은 요즘도 기자, 지인들과 함께 주기적으로 필드를 누비고 있다. 그의 곁을 지키는 공과 클럽, 그리고 또래들이 부러워할 만한 균형 잡힌 체력이 라운드 내내 빛을 발했다. 이날은 여러 차례 홀인원에 근접하는 샷도 등장했을 만큼, 동교동계 큰 어른의 집중력에 팬들은 경이로운 시선을 보냈다.

 

운동장에서 멈추지 않았다. 권노갑 이사장은 과거 영어 교사 출신으로, 2023년에 외대 영문학 박사 과정을 시작해 이번 학기에 수료했다. 83세에는 영문학 석사 최고의 나이 기록을 세운 바 있으며, 학업에 대한 열정 역시 필드 위 집중력에 뒤지지 않는다. “배움 그 자체가 재미있다”며, 남은 논문 준비와 새로운 배움을 멈추지 않을 생각임을 덧붙였다.

 

정치계에서 동교동계 좌장이라 불린 권 이사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수십 년을 함께하며 3선 의원, 민주화추진협의회 이사장,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등 깊은 족적을 남겼다. 쉼 없이 이어온 도전과 꾸준함은 그를 골프장과 학구열 모두에서 더욱 빛나게 하고 있다.

 

가벼운 이슬이 내린 그린, 95년 흐른 삶의 무게마저 단숨에 날려버린 125야드의 이글. 새로운 기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권노갑 이사장은 오늘의 퍼팅을 삶의 또 다른 출발선이라 믿으며, 앞으로도 골프와 공부 두 길을 조용히 걸을 예정이다.

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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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노갑#안양컨트리클럽#샷이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