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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비서 외부엔진 도입”…애플, 오픈AI·앤스로픽 협상 본격화
IT/바이오

“AI비서 외부엔진 도입”…애플, 오픈AI·앤스로픽 협상 본격화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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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자사 인공지능(AI) 음성비서 시리의 대대적 개편을 위해 외부 AI 모델을 도입하는 협상을 본격화하고 있다. 생성형 AI 분야에서 앞서나가는 오픈AI, 앤스로픽 등과의 협업을 통해 대형언어모델(LLM) 기반 시리를 개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업계는 이번 논의를 ‘AI 비서 경쟁의 분기점’으로 평가하며, 애플의 차별적 가치인 프라이버시와 기술 도입 간 균형에 주목하고 있다.

 

애플은 최근까지 내부적으로 자체 AI 프레임워크를 활용한 ‘애플 인텔리전스’ 기반 모델로 시리를 운영해왔다. 그러나 성능 개선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반응 정확도 및 활용도에서 구글, 삼성전자 등 경쟁사의 AI 비서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오픈AI(챗GPT), 앤스로픽(클로드) 등 외부 기업의 최신 엔진을 애플의 프라이빗 클라우드 서버에서 맞춤형으로 동작하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iOS 18부터는 시리 호출 시 복잡한 질문의 경우 챗GPT가 대신 응답하는 구조가 일부 적용됐다. 다만 시리 전체가 외부 모델로 완전히 전환된 것은 아니며, 이번 협상 결과에 따라 차세대 LLM 기반 시리는 내년 iOS 27이 적용 시점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핵심은 프라이버시 강화를 위해 외부 모델이라 하더라도 애플이 구축한 독립적 서버에서만 작동하게 설계하는 것이다. 기존 오픈AI와 달리, 사용자 질문·응답 데이터가 외부 유출을 차단하는 방식이 적용된다.

 

앤스로픽의 클로드 모델 채택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으나, 맞춤형 모델 사용료를 두고 수십억 달러 규모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애플은 퍼플렉시티AI처럼 새로운 검색기술 기업, 사파리 브라우저 검색엔진 교체 후보도 협력 범위에 넣으며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구글의 제미나이를 기반으로 ‘갤럭시 AI’를 내세우며, 실시간 통번역, 이미지 요약 등의 기능에서 우위를 확보했다. 애플 역시 외부 LLM 탑재로 AI 격차를 좁힐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애플은 프라이버시 중심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외부 고성능 AI 모델을 도입하는 절충안을 모색 중인 셈이다. AI 자체 모델 개발을 병행하며, 외주화를 통해 당장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고 기술 고도화 시간을 벌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팀 쿡 CEO가 AI 기업들과 적극 교류하며, AI 전략의 변화를 시사하는 행보도 업계의 해석에 힘을 싣는다.

 

반면, 기술 독립성 포기 및 외부 의존 심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장기적으로 애플의 고유 가치와 기술력 강화에 도움이 될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글로벌 AI 격차가 벌어지는 현실 속에서 속도를 우선시하는 선택은 불가피했다는 해석 또한 나온다.

 

애플의 차세대 시리가 최종적으로 어떤 AI 기업의 모델을 선택할지, 자체 개발 모델의 완전 폐기로 이어질지 등은 아직 미정이다. 업계는 애플이 외부 LLM 협업을 통해 경쟁사 대비 AI 기능 격차를 얼마나 빠르게 좁힐지, 시장 수용과 기술 독립성 간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 주목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AI 전략 수정이 실제 이용자 경험과 글로벌 AI 비서 시장 구조를 재편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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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오픈ai#앤스로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