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증인 기업인 200명 육박"…최태원·정의선 호출, 재계·정치권 격돌
국감 증인 채택을 둘러싼 정치권과 재계 간 충돌이 또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오는 13일 개시되는 2024년 국회 국정감사에 지금까지 파악된 기업인 증인만 190명을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증인 채택이 마무리되지 않았음에도 지난해 기록까지 단숨에 넘어선 셈이다. 최근 들어 지적됐던 ‘기업인 괴롭히기’ 구태가 반복되는 가운데, 재계와 정치권 사이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현재까지 17개 국회 상임위원회별로 채택된 증인 370여명 중 기업인이 과반을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총 159명의 기업인이 국감장에 불려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당시 “국회가 기업인을 필요 이상 호명한다”는 비판에 자제 기류가 일었으나, 올해는 증인 수가 200명을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주요 기업 총수들도 이름을 올렸다. 정무위원회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계열사 부당 지원 실태 점검 차원에서 증인으로 소환해 28일 출석을 통보했다. 그러나 이날은 최 회장이 직접 의장을 맡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공식 부대행사인 CEO 서밋 일정과 겹쳐 논란이 커졌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을, 행정안전위원회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증인 명단에 각각 포함했다.
정의선 회장은 이수기업 노동자 집회, 정용진 회장은 신세계와 중국 알리바바 간 합작법인 소비자 정보보호 등 현안을 해명해야 한다. 행정안전위원회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까지 지역 축제 및 법규 위반 질의 목적으로 소환했다.
한편, 정보기술·통신 분야에서도 대거 증인 요청이 이어진다. 김영섭 KT 대표는 정무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는 모두 과방위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태 관련 증언을 요구받았다. 통신 3사 대표가 한 자리에 모일 전망이다.
국토교통위원회는 10대 건설사 중 8개사 대표를, 법제사법위원회는 호텔신라 박상오 호텔운영총괄부사장 등을 불러 각각 구조적 문제와 대형 행사 이슈를 다룰 방침이다.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 롯데카드 대주주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 등도 정무위 출석 요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감의 본래 목적이 기업 소환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재계 역시 “APEC 등 국제 경제행사와 중첩된 총수 소환은 국가경쟁력을 해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회 측은 “국정감사 본연의 역할 수행”이라고 맞섰다.
국감 증인 선정 과정을 두고 정치권과 산업계가 정면으로 맞부딪히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정책 검증과 과도한 소환 사이 균형점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올해 국감은 기업 대표 대거 출석 여부와 여야 대치 속에 주요 경제 현안 쟁점이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국회는 이번 주 내로 증인 채택을 마무리하고 본격 감사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