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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켐비 이어 신약 속속”…글로벌 치매 치료제 경쟁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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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켐비 이어 신약 속속”…글로벌 치매 치료제 경쟁 격화

조보라 기자
입력

아밀로이드 베타(Aβ) 제거에 기반한 신약 '레켐비'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고 있다. 한국에자이가 지난해 11월 국내 출시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는 완치 불가로 인식됐던 치매치료 분야에서 1400여명에 투여되며 주목 받고 있다. 항-아밀로이드 항체 치료제의 등장은 질병 진행 억제는 물론, 국내외 신약개발 구도를 실질적으로 흔드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업계는 ‘아밀로이드 타깃 경쟁’에서 제제 효과와 부작용, 투여 편의성까지 포함한 종합력이 관건이 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레켐비는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원인인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를 표적으로 작용한다. 기존 항증상제와 달리, 가용성 및 불용성 응집체에 직접 결합해 플라크를 줄임으로써 질환의 근본 원인 개입을 노린다. 3상 임상에서 위약군 대비 27%의 진행률 지연(CDR-SB 0.45점 감소, 18개월 기준) 성과를 확인 받았고, 미국 FDA로부터 완전승인을 획득했다. 기존 치료제와 달리, 원인제거-인지 저하 지연이 명확히 인정된 첫 사례다.

최근 승인받은 ‘레켐비 아이클릭’(피하주사) 등 제형 변화도 가속되고 있다. 환자가 집에서 자가 투여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일라이릴리의 ‘키순라’(도나네맙) 또한 항-아밀로이드 항체로, 인지 기능 개선도가 35%로 알려져 레켐비 대비 효과 경쟁이 가시화됐다. 미국·일본·유럽은 이미 해당 치료제의 상업화를 시작했으며, 국내선 한국인 대상 가교임상이 2028년까지 진행된다.

 

다만 항-아밀로이드 항체들은 ‘ARIA’(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로 불리는 뇌부종·출혈 부작용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환자 선별 및 투약 관리 체계가 함께 요구된다. 반면 아리바이오의 ‘AR1001’은 PDE5 억제제 계열 신약으로, 글로벌 임상3상 중간분석에서 ARIA 사례가 보고되지 않아 안전성 측면에서 차별점을 부각시켰다. AR1001 투약군 28.6%에서 인지 증상 개선, 13.0%에서 상태 유지가 나타나는 정량 분석 결과도 발표됐다.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기전 약물 역시 치매 치료에 도전 중이다. 노보 노디스크는 당뇨·비만 치료제로 쓰이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의 알츠하이머병 예방 효과를 검증하는 3상 임상을 올해 4분기 중 발표할 계획이다. 앞선 연구에선 당뇨 환자 집단 대상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을 최대 70% 낮춘 바 있어, 비항체 기전 신약의 입지 확대 가능성이 주목된다.

 

신경세포 보호, 시냅스 가소성, 면역·염증 제어 등 타깃 다변화도 빨라지고 있다. 로슈의 ‘트론티네맙’은 혈뇌장벽(BBB) 투과율을 높인 이중특이성 항체기술로 도나네맙 대비 더 우수한 플라크 제거 및 ARIA 감소를 2상 임상에서 입증하면서 차세대 항체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주요 기업들은 항-아밀로이드 및 비-아밀로이드 계열 양축 전략을 가속 중이다.

 

시장 확장에 가장 큰 변수는 치료비 부담 등 건강보험 적용 여부다. 현재 레켐비 등은 국내서 보험 미적용으로 연 2000만~3000만원 비용을 환자가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 환자 접근성 확대와 치료 패러다임 실효성을 위해 보험급여 조정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표적과 제형을 앞세운 글로벌 치매 신약 경쟁이 본격화하며, 환자 접근성을 좌우하는 국가 정책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계는 경쟁의 끝이 단순 기술개발을 넘어 의료제도와 연동할 때 실효적 변화가 일어날지 주목하고 있다.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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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켐비#알츠하이머#항체치료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