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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우주 지도 만든다”…한국어 전파은하동물원, 대중 과학연구 새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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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우주 지도 만든다”…한국어 전파은하동물원, 대중 과학연구 새 흐름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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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파 은하 분석을 위한 시민 참여형 플랫폼이 본격 가동된다. 한국천문연구원이 시민이 직접 우주 지도 분석에 기여할 수 있는 ‘전파 은하 동물원(Radio Galaxy Zoo)’ 프로젝트에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국내 과학 참여 저변 확산이 기대된다. 전 세계 과학자 300여 명이 참여한 EMU(우주 진화 지도) 사업의 실제 데이터에 일반 시민이 직접 분석가로 뛰어드는 방식을 도입했다. 산업계와 학계는 이번 조치가 천문 데이터 수집 방식의 혁신이자, 시민과학 경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파 은하 동물원’은 호주 ASKAP 전파망원경이 수집한 11만여 개 은하의 지도 이미지를 시민 참여를 통해 분류·분석하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이 프로젝트에 한국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한국천문연구원과 UST 연구진이 번역 및 안내 시스템을 마련했다. 사용자는 사이트에 접속해 회원가입 후 각 전파 은하 이미지에 대한 형태적 특징, 전파 신호의 연결성, 초거대질량 블랙홀 후보 여부 등 객관식 질문에 응답해 데이터를 생성한다. 표준화된 태그와 선택 방식이 자동 데이터 분석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강점으로 꼽힌다.

핵심 기술은 대규모 전파 이미지의 형태 분류와 천체 간 구조적 연계성을 파악하는 시민 참여 알고리즘에 있다. 컴퓨터 자동 분류가 미처 걸러내지 못하는 희귀 전파원, X형 은하, 나선형 전파발광 등 복잡한 구조를 사람의 맥락적 판별로 검증·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기존 기계학습 방식과 가장 큰 차이라고 업계는 설명한다. 한 참가자는 “일반인이 우주 진화 사슬의 작은 단층을 직접 찾아내 과학적 증거를 보탠다는 점에서 참신하다”고 밝혔다.

 

데이터의 활용 영역도 넓다. 사용자 분석이 축적될수록 전파은하계와 블랙홀의 진화, 미지의 천체 발견 등 원천 연구가 활발해진다. 향후 웨어러블·IT플랫폼 연계, 교육 콘텐츠 개발 등 다양한 산업적 확장 가능성도 언급된다.

 

시민과학 시장은 이미 해외 과학계에서 안정적 성과를 내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갤럭시 주(Galaxy Zoo)’가 선도적으로 모델을 구축했고, 미국·EU가 동참하면서 전문 연구자-대중 간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이번 한국어 지원을 통해 국내 연구 생태계도 글로벌 협력과 경쟁 동시 확장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 운영·데이터 검증에 있어서는 개인정보 보호와 분석 정확도 관리, 윤리체계 마련 등 과제도 남아있다. 향후 과기부와 개인정보위의 규정 적용 방향, 학문적 인증 절차 등 연계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용욱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원은 “한국어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누구나 쉽고 전문적으로 과학에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며 “시민 참여가 우주 논문의 기초자료가 되는 경험이 확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산업계는 이번 시도가 데이터 기반 과학혁신의 실증장이 될 지에 주목하고 있다.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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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파은하동물원#한국천문연구원#e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