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KOSPI 41선 터치 후 39.51 마감…AI 버블 논란에 공포지수 급등
인공지능 AI 버블 논란이 글로벌 증시 전반으로 번지며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대표 변동성 지수가 19일 장중 40선을 넘어서는 등 공포 심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기술주의 조정과 경기 둔화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흐름이라고 분석하며, 향후 엔비디아 실적 발표가 변곡점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코스피200 변동성지수 VKOSPI는 19일 전 거래일 대비 0.25포인트 0.64 퍼센트 상승한 39.51로 마감했다. 지수는 장 초반 37.84에서 출발했지만 장중 한때 41.71까지 치솟으며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장 시작 전인 지난 17일까지만 해도 34.36 수준에 머물렀던 VKOSPI가 불과 이틀 만에 7포인트 이상 급등한 셈으로, 시장 불안이 빠르게 고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주식시장의 급락이 공포지수 상승을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피는 18일 3.32퍼센트 급락한 데 이어 19일에도 장 초반 약 2.5퍼센트까지 밀리며 3,900선이 무너지는 등 가파른 조정을 겪었다. 19일 오전 9시 39분에는 3,854.95까지 하락하며 낙폭을 키웠다. 다만 이후 개인과 기관을 중심으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지수가 낙폭을 상당 부분 만회했고, 이에 따라 VKOSPI도 장중 고점을 찍은 뒤 점차 되돌림 흐름을 보이며 30대 후반에서 거래를 마쳤다.
VKOSPI는 코스피200 옵션 가격에 내재된 향후 기대 변동성을 수치화한 지표로, 코스피 지수가 급락할 때 상승하는 역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이 때문에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 CBOE 변동성지수와 유사한 성격을 가진 한국형 공포지수로 통한다. 최근 지수의 가파른 상승은 주가 조정에 대한 투자자 불안을 수치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공포지수 급등 현상은 국내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 AI 버블 논란의 진원지로 지목되는 미국 시장에서도 투자심리 위축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미국 CNN이 집계하는 공포와 탐욕 지수는 현재 11까지 떨어지며 극단적 공포 구간에 진입했다. 지난 11일까지만 해도 이 지수는 34를 기록해 공포 구간에 머물렀지만, 불과 며칠 사이 추가 하락하면서 위험자산을 기피하는 심리가 짙어졌음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공포 지표가 급락한 배경으로 미 증시 조정과 AI 관련 성장주의 부담을 함께 지목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공포와 탐욕 지수가 상호관세 쇼크발 급락장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투자 심리가 극단적 공포 영역에 진입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 같은 취약한 심리 국면에서는 대부분의 재료가 부정적으로 해석되는 경향이 강화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AI 대표주를 둘러싼 시각도 부정적으로 기울어 있다. 한 연구원은 전날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 엔트로픽의 파트너십 체결 소식조차 닷컴버블 붕괴 직전 나타났던 돌려막기 투자와 유사하다는 비관적 해석이 시장에 우세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와 같은 부정적인 증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분기점으로 내일 예정된 엔비디아 실적 발표를 제시하며, 실적과 가이던스 수준에 따라 공포가 진정될지, 추가 조정이 심화될지가 갈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증시 약세도 글로벌 투자심리 위축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18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1.07퍼센트 하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 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도 각각 0.83퍼센트, 1.21퍼센트 떨어졌다. 다우와 S&P500 지수는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고, 기술주 비중이 큰 나스닥도 2거래일째 하락하며 조정 압력이 이어졌다.
시장에서는 억만장자 투자자 피터 틸을 포함한 일부 기관투자자가 엔비디아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AI 버블 논란이 재점화됐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미국 경기와 노동시장의 둔화를 시사하는 지표가 잇따라 발표되며 경기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고, 이러한 경제지표 악화가 위험자산 회피 심리를 부추기며 주식 매도세를 강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국내외 공포 지표가 동시에 치솟은 가운데, 투자자들은 단기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관망세를 유지하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엔비디아 실적 발표와 향후 미국 경기 지표가 어느 수준에서 확인되느냐에 따라 공포 확산 국면이 진정될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