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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외선차단제는 일반의약품”…식약처, 미국 수출 대응 교육 강화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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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외선차단제의 규제 지위 차이가 국내 화장품 업계의 미국 진출 전략을 바꾸고 있다. 미국에서는 자외선차단제가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돼 의약품 수준의 제조와 품질 관리가 요구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대한화장품협회와 함께 미국 식품의약품청 규제에 맞춘 실무 교육에 나서며, K뷰티의 북미 시장 확대를 뒷받침하는 규제 대응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미국 OTC Drug 시장 공략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9일 국내 화장품 기업의 미국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 FDA OTC Drug 화장품 분야 해외 제조소 실사 대응 교육을 26일 웨비나 형식으로 개최한다고 밝혔다. 미국 수출을 희망하는 화장품 업체를 대상으로 진행되며, 사전 등록한 기업을 대상으로 온라인 접속 정보가 별도 제공된다. 교육은 미국 현지에서 실시간으로 송출하는 방식으로 진행해 시차와 현장 규제 환경을 동시에 고려했다.

핵심 쟁점은 자외선차단제의 법적 지위 차이다. 한국에서는 자외선차단제를 미백·주름개선과 함께 기능성 화장품 범주로 관리하지만, 미국에서는 피부를 자외선으로부터 보호하는 효능을 인체에 직접 작용하는 약리 기능으로 간주해 일반의약품, 이른바 OTC Drug로 분류한다. OTC Drug는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지만, 제조 기준은 처방의약품과 동일한 수준의 의약품 GMP를 적용받는다. 이 때문에 동일한 자외선차단제 제품이라도 미국에 수출하려면 화장품 GMP가 아닌 약사법 기반의 의약품 GMP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한화장품협회는 이번 교육에서 미국에서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는 화장품 유형을 먼저 짚는다. 자외선차단제를 비롯해 특정 효능을 표시하는 일부 기초화장품이 OTC Drug 범주에 포함될 수 있으며, 이 경우 원료 사양, 함량, 효능·효과 표시 문구가 모두 FDA 가이드라인과 일치해야 한다. 교육에서는 해당 기준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국내 허가 범위와의 차이도 비교 분석할 예정이다.

 

이어 미국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될 경우 적용되는 의약품 GMP 요구사항을 상세히 다룬다. 일반 화장품 제조관리 기준보다 엄격한 설비 검증, 공정 밸리데이션, 시험 검사, 품질보증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며, 문서 관리와 변경 관리 절차도 정형화돼야 한다. 교육 과정에는 제조소 설계, 원자재 수급과 시험, 제조 공정별 중요 관리점 설정, 출하 전 시험 항목과 기록 유지 기간 등 실무 항목이 포함된다. 특히 미국 수출을 추진하는 중소·중견 화장품 기업이 자칫 간과하기 쉬운 GMP 세부 조항을 짚어주고, 초기 준비 단계에서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대응 전략도 제시할 계획이다.

 

이번 교육의 또 다른 축은 FDA 실사 대응 전략이다. FDA 실사는 서류 점검부터 현장 라인 확인, 인터뷰, 시정 요구까지 단계적으로 진행되며, 사전 준비 수준에 따라 수출 일정과 비용에 큰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교육에서는 FDA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를 강사로 초빙해 실사 진행 방식, 빈번한 지적 사례, 시정조치 요구에 대한 대응 요령을 공유한다. 실사 시 자주 문제가 되는 문서 누락, 시험 기록 불일치, 교육 미이수 인력의 작업 참여 등 사례도 소개해 사전 리스크 점검 포인트를 제시한다.

 

미국은 이미 국내 화장품 업계의 핵심 수출 시장으로 부상했다. 한국의 대미 화장품 수출 비중은 2021년 9.2퍼센트에서 2023년 18.7퍼센트로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최근에는 미국 수입 화장품 가운데 기초화장품 등 일부 제품군에서 한국 제품이 점유율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 수출 규모가 확대될수록 FDA의 규제 감시 강도와 현지 제조소 실사 빈도도 늘어날 수 있어, 선제적인 규제 대응 역량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다.

 

글로벌 화장품 시장에서 기능성 제품은 스킨케어와 선케어를 중심으로 고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다. 특히 자외선차단제는 피부암 예방과 직결되는 공중보건 영역과 맞닿아 있어 미국에서 의약품 수준의 관리가 지속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생산 설비와 품질 시스템을 조정해 미국 OTC Drug 기준을 충족할 경우, 기존 화장품보다 높은 신뢰도를 바탕으로 브랜드 가치를 강화하고 북미와 유럽 등 다른 엄격 규제 시장으로의 진출도 수월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미국과 같은 주요 수출국 규정에 대한 업계 이해도를 높여 K뷰티에 대한 글로벌 신뢰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내 화장품 업계는 이번 교육을 계기로 미국 OTC Drug 규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설비투자와 품질시스템 개선 전략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산업계는 자외선차단제를 포함한 기능성 화장품이 의약품 수준의 품질 기준을 충족하며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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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대한화장품협회#자외선차단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