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버디 작렬”…임진희·이소미, 다우 챔피언십→LPGA 첫 동반 우승

찬란했던 KLPGA 시절을 뒤로하고, 낯선 미국 무대에서 한 해의 도전을 견뎌낸 임진희와 이소미가 마침내 우승의 환호를 마주했다. 두 선수는 불빛 가득한 18번 홀, 연장 버디로 팀의 동반 우승을 완성하며 자신들의 이름을 기억될 순간에 새겨넣었다. 희로애락이 교차했던 일 년, 오랫동안 품었던 아쉬움과 불안은 잊혀지고, 기쁨과 환호가 연단을 채웠다.

30일 미국 미시간주 미들랜드에서 막을 내린 LPGA 투어 다우 챔피언십에서 임진희와 이소미는 최종 합계 20언더파 260타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두 선수는 렉시 톰프슨과 메건 캉 조와 연장전에서 맞붙어, 연장 첫 번째 홀(파3)에서 임진희가 침착하게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마침내 팀의 미국 무대 첫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번 우승은 두 선수 모두에게 더욱 남다른 의미를 남겼다. KLPGA에서 각각 눈부신 기록을 세웠으나, 미국 투어에서는 꾸준한 성적이 못돼 마음고생도 컸다. 이소미는 27개 대회에 도전해 단 한 번의 톱10이라는 아쉬움을 남겼고, 임진희 역시 아슬아슬한 준우승 경험만 남겼을 뿐이었다. 후원 공백마저 겪었던 두 선수는 팀을 통해 불확실한 미래와 마음의 짐까지도 함께 버텨냈다.

경기 내내 두 선수의 호흡은 빛났다. 임진희는 “오늘 정말 편했다. 소미가 티샷에서 길을 열어줘 핀 근처에서 플레이할 수 있었다”고 말하며, 이소미 역시 “언니가 찬스를 만들어줘 나도 부담을 덜었다”며 서로의 헌신에 웃음으로 화답했다. 관중석의 환호와 박수는 두 사람의 진심에 화답하듯 쏟아졌다.

경기 직후 이소미는 “루키 시즌 동안 많이 힘들었지만, 이렇게 우승해 믿기지 않고 너무 행복하다”며 벅찬 감정을 전했다. 임진희는 “혼자였다면 이 자리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라며 동료애의 힘에 더욱 깊이 감사했다.

두 선수가 팀 이름으로 사용한 ‘BTI’는 ‘Born to be Island’의 약자로, 각각 제주도와 완도에서 성장한 도서 출신임을 내세웠다. 임진희는 우승 후 “내년에 또 이 대회에 출전하고 싶다”며 새로운 각오를 내비쳤다.

이번 다우 챔피언십 우승은 임진희와 이소미 모두에게 미국 여자프로골프 투어 첫 승의 기쁨을 선사했다. 힘든 루키 시즌을 넘어선 성과는 다가올 시즌에 대한 자신감과 기대를 더했다. 두 선수는 다음 달로 예정된 LPGA 투어 주요 대회에 연이어 참가할 예정이다.

연장전이 끝나고, 환희와 안도의 미소가 그린 위를 가득 메웠다. 낯설고 긴장이 맴돌던 미국 무대였지만, 두 선수는 서로의 어깨에 힘을 얻으며 세계 무대에서 새로운 서사를 썼다. 다우 챔피언십 우승의 순간은 마침내 이들의 성장과 우정을 증명하는 한 페이지로 기록됐다. 방송 일정 등 자세한 소식은 LPGA 공식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