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파이프·망치로 덮친 새벽”…적준용역 폭력, 재개발 현장 다시 드러나다
1990년대 서울 재개발 구역에서 이른바 ‘적준용역’으로 불린 용역업체가 저지른 폭력적 철거 행위가 사회적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9월 11일 밤 방영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에서 실제 피해자 증언과 당시 기록을 바탕으로 ‘사라진 나의 집, 그리고 적준’ 편이 공개됐다.
방송은 1998년 용산구 도원동 및 봉천동, 전농동 등 서울 각지에서 진행된 철거 현장을 집중 조명했다. 적준용역이 새벽 시간대 수백 명씩 동원돼 쇠파이프와 망치, 중장비를 앞세워 주민들에게 집단 폭력을 가하는 장면이 직접 목격담과 자료화면을 통해 자세히 전달됐다. 현장에 있던 임산부와 어린 자녀까지 무차별적으로 폭행당하고, 집안에 방화돼 연기와 가스에 질식 위협을 겪은 사례도 방송을 통해 드러났다.

방송에 참여한 피해자들은 “전쟁 같았다”며 “공권력이 방관했다”고 증언했다. 부상과 트라우마로 평생 고통받고 있다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적준용역의 철거 방식은 단순한 물리적 충돌을 넘어 임신부 폭행, 계단 아래로 아이를 던지는 일, 여성 대상 성폭행, 대변을 먹이는 등 심각한 인권 유린으로 이어졌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언급됐다.
출연자 윤은혜, KCM, 채서진 등도 해당 만행에 대해 현장에서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윤은혜는 “이런 만행을 저질렀던 사람들은 감옥에 있어야 한다”고, KCM은 “사람이 아닌 것 같다, 악마다”라고 말했다.
프로그램은 민간 주도 재개발 사업 도입과 동시에 공권력의 묵인이 용역 폭력의 만연으로 이어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법·제도의 허점으로 인해 여전히 유사한 폭력이 근절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방송 직후 관련 학계, 시민단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피해자의 고통을 잊지 말아야 한다”, “두 번 다시 같은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는 반응이 빠르게 확산됐다.
적준용역 폭력 사건은 단발적 참사가 아닌 도시 개발과 인권 보호 사이의 구조적 갈등을 드러낸 대표적 사례라는 점에서, 향후 법적·제도적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재개발 현장에서의 폭력, 인권 침해에 대한 근본적 예방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사건의 사회적 책임과 피해자 보호 논의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