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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요안나 유서에 흐른 절절한 외침”…노동부 판단에 남은 슬픔→남겨진 이들의 공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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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요안나 유서에 흐른 절절한 외침”…노동부 판단에 남은 슬픔→남겨진 이들의 공허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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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화면 속에서 웃음을 전하던 오요안나가 남긴 마지막 유서에는 고통과 외로움, 그리고 작은 바람이 가득 담겨 있었다. MBC 기상캐스터로 삶을 살아왔던 오요안나는 팀 내 괴롭힘과 따돌림의 순간순간을, 또 동료에게 털어놓지 못한 상처들을 휴대전화에 조용히 기록했다. 그렇게 남겨진 기록은 세상에 목소리를 내고 싶었던 직장인들의 힘겨운 날들을 가늠하게 한다.

 

오요안나가 세상을 떠난 뒤, 동료 A 기상캐스터 역시 비슷한 상처를 고백했다. A는 “언니 힘들게 한 사람들이 다 아는데 말할 수 없는 내가 너무 힘들다”는 절박한 메시지로, 고인과 함께 어렵고 외로운 시간을 견뎌왔다고 토로했다. 특히 오요안나와 A가 겪었던 이른바 ‘의상 착용 문제’ 등 사소해 보일 수 있는 이유로 팀 내에서 따돌림을 당해야 했던 사실은 다시 한번 팀워크와 연대의 본질에 대한 의문을 낳게 한다.

故 오요안나 인스타그램
故 오요안나 인스타그램

이에 고용노동부는 MBC 전체 기상캐스터에 대한 대면조사와 논의를 거쳐 추가 괴롭힘 정황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노동부는 공식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추가 피해는 미확인”이라는 입장을 내세웠다. 그러나 오요안나가 남긴 유서와 유가족의 끊임없는 문제 제기는 시간이 흘러도 쉽게 치유될 수 없는 아픔임을 증명했다. 유가족은 동료 중 1인을 민사소송의 피고로 이름을 올렸고, 고인의 기록들은 고통의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이와 맞물려 MBC에서는 노동부 조사 직후, 가해자로 지목된 기상캐스터 B의 계약이 해지되는 변화가 있었다. 반면에 남은 기상캐스터들은 프리랜서 재계약이 이뤄지면서 현장에는 오요안나의 부재가 아프게 남았다. 오요안나의 거듭되는 호소가 직접적인 사회적 변화를 이끌지 못했다는 현실은, 그가 남긴 물음과 상처를 더욱 깊게 새긴다.

 

따뜻한 미소로 수많은 아침을 밝혔던 오요안나는 세상의 커다란 벽 앞에서 힘겨워했지만, 그의 이야기가 던지는 질문은 오늘도 방송가 곳곳에 퍼져 나가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현장의 그림자와 일터의 아픔이 좀 더 투명하게 드러나길 바랐던 그의 소망이 언젠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시청자들 마음에 번지고 있다.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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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요안나#mbc기상캐스터#고용노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