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중심 코어뱅킹 전환”…LG CNS, 농협 차세대 계정계 맡는다
은행 계정계 시스템이 디지털 중심 구조로 재편되면서 국내 금융 IT 시장 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LG CNS가 NH농협은행이 추진하는 프로젝트 네오의 핵심 과제인 차세대 계정계 구축 사업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대형 시중은행 급의 코어뱅킹 시스템을 전면 교체하는 대형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를 맡게 됐다. 업계에서는 모바일 거래 처리 속도와 비대면 서비스 경쟁에서 새로운 기준을 세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LG CNS는 27일 공시를 통해 NH농협은행의 프로젝트 네오 일환으로 추진되는 차세대 계정계 구축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계정계는 수신과 여신, 회계 등 고객 금융거래와 상품 처리를 담당하는 은행 핵심 정보 시스템으로, 안정성과 처리 성능이 은행 경쟁력의 기반 역할을 하는 영역이다. NH농협은행은 이번 사업을 통해 기존 계정계를 디지털 중심 코어뱅킹 체계로 전면 개편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프로젝트 네오는 NH농협은행이 4월 공개한 중대형 디지털 전환 프로그램으로, 네오라는 이름에 금융의 차세대 진화를 반영했다. 은행은 디지털전환 기반의 신속하고 유연한 비대면 트렌드 대응, 업무 절차 재설계를 통한 효율성 극대화, 고객 만족과 신뢰를 높이는 고객여정 혁신, 미래지향적 금융 생태계 전환이라는 네 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계정계 사업은 이 네 가지 방향을 실제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핵심 과제로 평가된다.
LG CNS가 구축할 코어뱅킹 시스템은 모바일과 인터넷뱅킹 등 비대면 채널의 거래 처리 속도를 끌어올리고, 대규모 동시 접속 환경에서도 안정성을 확보하는 구조로 설계될 전망이다. 특히 실시간 거래 데이터 분석이 가능하도록 구조를 설계해, 마케팅이나 리스크 관리, 사기 탐지 등 다양한 영역에서 즉시성 높은 데이터 활용을 지원하는 체계를 목표로 한다. 기존 배치 처리 중심 계정계에 비해 고객 행동과 거래 패턴을 빠르게 반영할 수 있어 타깃 맞춤형 금융상품 제안과 이벤트 운영이 수월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NH농협은행은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계정계 단계에서부터 관련 기술 수용성을 확보하려는 방향을 제시했다. LG CNS는 계정계 시스템을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에 가까운 모듈형 구조로 설계하고, API 기반 연계를 강화해 향후 AI 신용평가 모델, 챗봇 기반 상담, 이상 거래 탐지 서비스 등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가 코어뱅킹과 유연하게 연결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퍼블릭 클라우드 및 프라이빗 클라우드와 연계 가능한 구조를 확보해, 트래픽 증가에 따른 탄력적 확장도 뒷받침한다는 목표다.
시장 측면에서는 농협 계열 전국 네트워크와 방대한 농축산·지역 고객 기반을 고려할 때, 차세대 계정계 전환이 농업금융과 지역 금융 서비스 고도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예를 들어 실시간 데이터 분석과 고객여정 기반 설계를 활용하면, 농업인 대상 정책자금 안내나 계절·작물별 금융상품 추천, 지역 특화 맞춤 대출 심사 등이 더욱 정교해질 수 있다. 금융소비자는 모바일 채널에서 응답 속도 향상과 장애 빈도 감소, 서비스 종류 확대를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 구도 측면에서는 대형 은행의 차세대 계정계 구축 프로젝트를 누가 수주하는지가 IT 서비스 업계의 주요 경쟁 포인트로 꼽혀왔다. 국내 금융 IT 시장에서는 대형 시스템통합 업체들이 계정계 구축 경험과 클라우드·AI 통합 역량을 앞세워 경쟁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 글로벌로는 미국과 유럽 은행들이 이미 클라우드 네이티브 코어뱅킹 도입을 서두르고 있으며, 일부는 핀테크 코어뱅킹 전문 업체와 협업해 기존 시스템과 병행 운영 전략을 택하고 있다. NH농협은행과 LG CNS의 이번 행보는 국내에서도 클라우드 친화형 코어 전환이 본격화되는 신호로 해석된다.
공시상 계약금액은 본 계약 체결 시 확정될 예정이지만, LG CNS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약 6조원을 토대로 공시 요건을 충족한 점을 감안하면 사업 규모는 15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프로젝트 기간은 수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고, 계정계와 정보계, 채널 시스템 개편을 연계하는 종합 로드맵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 규제와 보안 요구사항도 이번 차세대 계정계 설계의 주요 변수다. 데이터 보호와 전자금융 감독 규정, 장애 복구 시간 목표 등 금융당국의 기준을 충족하면서 클라우드 활용 폭을 넓히기 위해, 중요 업무를 온프레미스와 클라우드에 적절히 배분하는 하이브리드 구조가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 향후 오픈파이낸스 확장에 대비한 표준 API 설계와 인증 체계 고도화도 핵심 과제로 꼽힌다.
IT 업계 관계자들은 NH농협은행 프로젝트 네오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다른 금융기관의 계정계 전환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금융 IT 전문가는 디지털 중심 코어뱅킹 도입은 속도와 비용 차원을 넘어, 상품 개발과 리스크 관리, 제휴 생태계 전략 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효과는 시스템 구축 이후 조직과 프로세스, 데이터 활용 문화가 얼마나 함께 바뀌느냐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금융 산업은 이미 마이데이터와 오픈뱅킹, 빅테크와의 경쟁 등 구조 변화를 겪고 있다. NH농협은행과 LG CNS가 추진하는 디지털 중심 계정계 전환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인프라 재구축의 한 축으로 평가된다. 산업계는 이번 프로젝트가 계획한 일정과 품질을 충족하며 실제 영업 현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그리고 다른 금융권의 추가적인 차세대 계정계 투자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