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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번 유니폼의 대관식”…김재호, 두산 베어스 은퇴→박준순에 상징 물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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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번 유니폼의 대관식”…김재호, 두산 베어스 은퇴→박준순에 상징 물려줘

정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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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한 박수와 함께 그라운드를 천천히 걷던 김재호의 표정엔 만감이 스쳤다. 21년간 한 팀만을 위해 뛰었던 시간이 오늘 밤 유니폼 한 장에 깃들었다. 잠실구장 스탠드에서 보내는 팬들의 유난한 박수 갈채가 그 어느 때보다 깊은 이별의 순간을 예고했다.

 

두산 베어스의 프랜차이즈 스타 김재호가 7월 6일 잠실구장 kt wiz전에서 은퇴경기를 치렀다. 이날 김재호는 6번 타자 유격수로 마지막 선발 출전했고, 1회초 수비 도중 박준순과 교체됐다. 이어진 세리머니에서 김재호는 직접 자신의 52번 유니폼을 박준순에게 건넸다. 교체와 동시에 자리한 ‘대관식’은 조성환 감독대행의 아이디어로 팬들 앞에서 마련됐다.

출처: 두산 베어스
출처: 두산 베어스

김재호는 KBO 리그에서 오직 두산에서만 1,793경기에 출전해 통산 타율 0.272, 안타 1,235개, 홈런 54개, 타점 600개를 기록했다. 구단 역대 최다 출장 경기와 유격수 부문 최다 안타·타점·홈런 기록까지 보유하며 전설로 자리매김했다. 팀의 네 번 우승에도 중심에 섰던 그에게 52번은 '두산의 얼굴' 이상이었다.

 

경기 전, 가족들과 함께한 시구·시타에서부터 팬들의 환호가 이어졌다. 이닝 중 교체를 통해 마지막 인사를 건넨 김재호는 새로운 52번을 단 박준순을 힘껏 껴안았다. 관중석에서는 눈물과 함께 감사의 목소리가 오랫동안 울려 퍼졌다.

 

김재호는 “52번 유니폼은 나에게도 특별한 상징”이라며 “앞으로 이 등번호를 단 후배들이 더욱 성장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향후 해설위원과 예능 프로그램 등 새로운 분야에서 활약할 계획도 내비쳤다.

 

한편, 잠실구장의 늦은 저녁 공기와 박수 속에는 선수로서의 긴 여정을 마친 김재호의 뒷모습이 깊은 울림을 남겼다. 그의 마지막 경기는 팬들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특별한 밤으로 기록됐다는 평가다.

정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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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두산베어스#박준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