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자급화로 감염병 막는다…SK바이오, 혁신형 제약기업 수상
백신 기술이 국가 보건안보의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는 가운데 SK바이오사이언스가 정부가 인증한 혁신형 제약기업으로서 성과를 인정받았다. 세포배양 독감백신과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 등 자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자급 역량을 확보해 감염병 위기에 대응해 왔다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 업계는 이번 수상이 글로벌 백신 공급망 재편 속에서 국산 백신 기업의 위상을 재확인한 계기가 됐다고 보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7일 열린 2025년 보건산업 성과교류회에서 보건복지부장관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혁신형 제약기업으로서 백신 자급화와 감염병 대응 역량 강화 등 국가 보건안보에 기여한 공로가 수상 배경이다. 보건산업 성과교류회는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최하며, 보건산업 전반의 혁신 성과를 공유하고 유공자를 포상하는 자리로 올해 11회째를 맞았다.

혁신형 제약기업 제도는 신약 개발과 플랫폼 기술 구축 등 연구개발 중심의 역량을 갖춘 국내 제약사를 정부가 심사해 인증하는 제도다. 인증 기업 가운데 국민 건강 증진과 제약산업 경쟁력 강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회사를 매년 선별해 별도 포상을 진행하고 있어, 정부가 보는 민간 연구개발 리더 기업이라는 상징성이 크다.
이날 행사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 윤혁 Bio규제관리팀장은 국내 백신 개발과 글로벌 임상 진입 지원, 생물안전 및 보안 체계 구축, 팬데믹 대응 기여 등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 표창도 함께 받았다. 임상과 규제, 품질관리까지 아우르는 백신 개발 전주기 지원 역량을 내재화한 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내 최초 세포배양 독감백신인 스카이셀플루를 기반으로 백신 자급화에 기여해 왔다. 세포배양 방식은 전통적인 유정란 기반 생산 대비 생산 속도와 규모 확장성이 우수하고, 특정 원료 수급 차질에도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회사는 매년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유지하며 계절 독감 유행기에 필요한 물량을 국내에서 소화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는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을 자체 플랫폼 기술로 개발해 공급했다. 스카이코비원은 국산 백신 플랫폼을 검증하는 계기가 됐고, 위기 상황에서 해외 의존도를 낮추며 백신 주권 확보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보건기구 긴급사용목록에 등재돼 품질과 안전성, 효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고, 이를 기반으로 향후 변이 대응 백신이나 다른 감염병 백신 개발에도 플랫폼을 확장할 여지가 생겼다.
감염병 예방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수두백신 스카이바리셀라와 대상포진백신 스카이조스터를 시장에 꾸준히 공급하고 있다. 소아와 성인 고위험군을 아우르는 예방백신 라인업을 통해 감염병 부담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의료비와 사회경제적 손실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와의 협력 체계도 강화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질병관리청과 함께 세포배양 기반 조류독감 백신을 개발·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중이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는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진화 가능성이 있어, 사람 대상 백신 플랫폼을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팬데믹 대비 차원에서 중요하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세포배양 기술을 활용하면 돌발적인 대유행 시에도 생산 확대와 균일한 품질 관리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점이 부각된다.
글로벌 보건 파트너십도 확장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게이츠재단과 전염병대비혁신연합 CEPI, 국제백신연합 Gavi 등 국제 보건기구와 협력해 코로나19 계열 백신은 물론 일본뇌염, 라싸열 등 저개발국과 중저소득국에서 수요가 큰 감염병 백신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잇는 백신 허브로 자리 잡기 위한 전략으로,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입찰 시장과 국제 조달 시장에서 입지를 넓힐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이번 상은 단기 매출 성과보다, 백신 주권과 팬데믹 대비 능력을 국가 전략자산으로 보고 이를 강화해온 행보에 대한 평가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감염병 대유행 경험을 거치며 각국 정부가 자국 내 백신 생산 역량을 중시하는 흐름과도 맞물린다. 국내에서는 백신 연구개발과 제조 설비를 동시에 확보한 기업이 많지 않은 만큼, SK바이오사이언스의 역할이 당분간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수상 소감에서 국민 보건 향상과 글로벌 백신 접근성 확대를 위한 노력이 국가 차원에서 인정받았다고 평가하며, 앞으로도 백신 주권을 강화하고 인류 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이러한 행보가 실제 시장과 공공조달 구조 속에서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