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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보카도로 폐쇄 전환”…메타, 오픈AI·구글식 전략 굳히나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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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형 인공지능 전략을 앞세워온 메타가 후속 모델에서 폐쇄형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라마 시리즈로 대표되는 오픈웨이트 모델로 AI 생태계 확산을 주창해 왔지만, 기대에 못 미친 성능과 경쟁 심화가 전략 전환을 촉발한 것으로 보인다. 메타는 새로운 초거대 모델 아보카도를 통해 오픈AI와 구글처럼 핵심 기술을 비공개로 묶고, 동시에 수익화와 기술 보호를 강화하는 체제로 이동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글로벌 AI 플랫폼 경쟁이 개방과 폐쇄의 구도를 넘어, 기술 우위와 상용화 속도를 둘러싼 정면 승부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미국 CNBC 보도에 따르면 메타는 라마 4의 후속 AI 모델로 폐쇄형 구조를 채택한 아보카도 개발에 착수했다. 라마 시리즈는 가중치를 공개해 사용자가 모델을 미세조정할 수 있도록 한 오픈웨이트 방식이었으나, 아보카도는 가중치와 핵심 구성 요소를 비공개로 두는 폐쇄형 모델로 설계되고 있다. 메타 내부에서는 차세대 전략 모델로 분류되며, 기존 공개 모델과는 다른 급의 상업적 활용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보카도 개발은 메타의 핵심 연구 조직인 TBD 랩에서 진행 중이다. TBD 랩은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가 설립한 메타초지능연구소 산하 조직으로, 저커버그 집무실 인근에서 라마 시리즈를 개발해 온 핵심 본진이다. 메타는 모델 훈련이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며 큰 일정 변경은 없다고 설명했다. 애초 올해 말 출시를 목표로 했으나, 실제 공개 시점은 내년 1분기로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글로벌 초거대 모델과 정면 승부를 준비하면서 성능과 안전성 검증에 추가 시간을 투입한 결과로 해석된다.  

 

아보카도가 주목받는 이유는 메타가 고수해온 개방형 전략에서의 이탈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라마 4는 앞선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오픈웨이트 모델로 공개됐고, 개발자와 기업이 자체 데이터를 활용해 모델을 재학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제시했다. 오픈웨이트는 소스 코드와 전체 학습 데이터를 모두 공개하는 전통적 오픈소스와 달리, 가중치만을 공유해 활용성을 확보하면서도 일정 수준의 비공개 영역을 유지하는 절충형 구조다. 덕분에 커스터마이징과 비용 절감 측면에서 환영받았지만, 상업 서비스 완성도와 수익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저커버그는 그동안 AI 개방을 거듭 강조해 왔다. 지난해에는 AI는 모두에게 개방돼야 한다고 밝히며, 라마가 AI 기술 민주화와 생태계 확산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올해 4월 공개된 라마 4가 벤치마크와 실사용 평가에서 챗GPT, 제미나이 등 주요 경쟁 모델 대비 뚜렷한 우위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분석이 이어지면서 기조 변경이 가속됐다. 특히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초거대 모델 경쟁에서 개방 전략만으로는 투자 회수와 서비스 차별화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내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저커버그는 연례 서한에서 초지능 기술의 사회적 영향과 위험을 언급하며, 앞으로 어떤 모델을 개방할지 보다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향후 일부 모델은 제한적 개방 또는 완전 폐쇄로 전환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초거대 모델의 악용 방지와 안전성 검증에 필요한 책임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무제한 공개는 규제 리스크와 브랜드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  

 

조직 개편도 전략 변화의 징후로 읽힌다. 오픈소스 AI 모델의 강력한 옹호자였던 얀 르쿤 뉴욕대 교수는 최근 메타 최고 AI 과학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동시에 메타는 데이터 라벨링과 AI 인프라 기업 스케일AI의 설립자인 알렉산드르 왕과 핵심 엔지니어 영입에 약 143억 달러를 투입하며, 왕을 최고 AI 책임자로 전면에 내세웠다. 개방·연구 중심에서 대규모 엔지니어링과 상용화 중심의 전략 조직으로 방향타를 돌린 셈이다.  

 

시장에서는 메타가 라마 시리즈를 통해 개발자와 기업 커뮤니티를 선점한 뒤, 아보카도 같은 폐쇄형 모델에서 본격적인 수익화와 기술 보호에 나서는 수순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라마가 생태계 구축과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했다면, 아보카도는 클라우드 연동, 기업용 API, 광고·소셜 서비스 결합 등에서 직접적인 매출을 창출할 핵심 엔진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전문가들도 메타의 전략을 후발주자의 추격 국면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한다. 최재식 카이스트 AI대학원 교수는 공개 소프트웨어는 역사적으로 2등이 1등을 쫓아가기 위해 활용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하며, 메타가 기술 개발 과정에서는 개방형 모델로 속도를 내고 이제는 오픈AI와 구글과 마찬가지로 폐쇄형 모델로 선회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오픈AI의 챗GPT와 구글 제미나이는 핵심 모델 구조와 가중치를 공개하지 않는 전형적인 폐쇄형 구조로, 서비스와 구독형 비즈니스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글로벌 AI 시장에서는 이미 초거대 언어모델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오픈AI,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앤트로픽 등 주요 기업은 폐쇄형 모델을 중심으로 상용 서비스를 강화하는 한편, 제한된 범위에서만 파트너와 고객에게 모델 접근권을 제공하고 있다. 반면 메타, 미스트랄 등은 오픈웨이트 모델로 개발자 생태계와 기술 영향력 확대를 시도해왔지만, 장기적인 수익 구조와 규제 대응 측면에서 폐쇄형과의 간극을 좁혀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아보카도가 공개되면 메타는 내부적으로는 소셜 플랫폼, 광고 추천, 콘텐츠 생성, 메타버스 서비스에 모델을 깊숙이 통합하고, 외부적으로는 기업용 API와 클라우드 파트너십을 통해 직접 수익화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안전성과 거버넌스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모델 액세스 계층을 세분화해, 고성능 모델일수록 더 엄격한 사용 조건과 인증 과정을 부과할 가능성도 있다.  

 

규제 측면에서도 폐쇄형 전환은 새로운 변수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초거대 AI 모델에 대한 투명성, 데이터 출처, 안전성 평가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메타는 핵심 기술을 비공개로 유지하면서도 규제 기관에 필요한 수준의 설명 가능성과 리스크 관리 체계를 제시해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게 된다. 아보카도 출시 시점 전후로 각국 규제 기관과의 협의, 자율 규범 정립 여부가 메타의 전략 완성도를 가늠할 지표가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메타의 아보카도 프로젝트가 개방형·폐쇄형 이분법을 넘어, 하이브리드 전략을 본격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모델과 도구는 계속 개방해 개발자 생태계를 유지하고, 가장 경쟁력 있는 최상위 모델은 폐쇄형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산업계는 아보카도가 실제로 챗GPT와 제미나이급 성능을 확보하면서도 메타 특유의 개방 철학을 어느 수준까지 유지할지, 그리고 이 선택이 글로벌 AI 경쟁 구도에 어떤 파장을 낳을지 주시하고 있다.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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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라마4#아보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