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씨에도 여행의 설렘”…삼척에서 자연과 역사를 만나는 시간
요즘 삼척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예전엔 여행지로 강릉이나 속초가 먼저 떠올랐지만, 지금은 삼척만의 특별함을 누리려는 이들이 많아졌다. 사소한 선택 같지만, 그 안엔 한껏 여유로운 가을의 기운과 새로운 쉼표를 기대하는 삶의 모습이 담겨 있다.
17일, 삼척은 약간 흐리고 습기가 감도는 날씨를 보였다. 기온은 24.8도를 기록했고, 부드럽게 부는 북서풍에 이따금 가을비가 예고됐다. 그렇게 공기는 조금 촉촉했지만 삼척의 명소는 변함없이 사람들을 맞이했다. SNS에서는 삼척모노레일을 타며 산속 풍경을 영상으로 담아 공유하는 모습, 고즈넉한 죽서루에서 내려다본 오십천을 사진에 담아 올린 여행객들이 눈에 띄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최근 삼척을 찾는 여행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빽빽하지 않은 자연, 역사와 예술이 어우러진 장소 덕분에 세대 구분 없이 다양한 방문자가 많아진 것이다. 특히 계절이 바뀌며 삼척의 숲과 하늘, 오십천의 풍광은 새롭게 채색된다.
전문가들은 삼척 여행의 본질을 ‘느린 경험’에서 찾는다. 여행 칼럼니스트 강유진은 “삼척모노레일 같은 이동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경험은 복잡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을 돌아보고 자연에 스며드는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또 도계유리마을의 유리공예 체험도 “생소했던 동작에 집중하는 그 과정에서 내 숨소리와 손끝 감각을 다시 발견할 수 있다”고 느꼈다.
커뮤니티 반응도 흥미롭다. “죽서루에서 바라본 오십천, 아무 말 없이 멍하게 바라보다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졌다”, “도계유리마을에서 직접 만든 작은 유리공예품을 집에 두니 삼척의 기억이 계속 곁에 있는 기분”이라고 공감하는 여행 후기들이 이어졌다. 그러다 보니 “삼척은 북적이지 않아서 좋아”, “나만 아는 여행지가 생긴 것 같다”는 댓글도 많았다.
사실 여행의 목적과 방식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이제는 유명한 곳보다 한 발 느린 여행지, 내가 오래 머물 수 있는 조용한 공간, 손끝으로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삼척이라는 작은 도시는 그 변화의 중심에 있다. 몽글하게 흐린 하늘 아래, 삼척에서의 하루가 주는 선물은 각자의 호흡대로 걸을 수 있는 ‘자기만의 시간’이다. 작은 여행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여기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