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로시스템 공식 통합 아니다”…리플 XRP 논란, 기술 지원과 제도 채택 구분 촉발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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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시각 10월 12일, 이탈리아 결제 인프라 제공업체 SIA의 내부 자료가 공개되며 리플(XRP)이 유로시스템(Eurosystem)에 공식 통합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유럽 금융권과 전문가들은 “기술 지원과 공식 채택은 전혀 다르다”며 신중한 해석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논란은 유럽중앙은행(ECB) 등 유럽 주요 결제 시스템에서 블록체인 기반 기술의 실제 도입 여부를 둘러싸고 투자자와 시장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암호화폐 리서처 SMQKE가 SIA의 내부 슬라이드를 분석해, 리플이 SIA 체인(SIA Chain)의 상호운용 네트워크 환경에 표시돼 있음을 지적하면서 비롯됐다. SIA는 유럽 단일 시장 인프라 게이트웨이(ESMIG)를 통해 ECB의 핵심 결제 시스템(TARGET2, TIPS 등)에 연결 역할을 한다. SIA 체인은 코르다, 이더리움, 하이퍼레저 패브릭 등과 함께 리플을 지원 가능한 분산원장기술(DLT)로 설계됐다.

리플 XRP, 유로시스템 공식 통합 논란…“기술 지원과 제도 채택은 다르다”
리플 XRP, 유로시스템 공식 통합 논란…“기술 지원과 제도 채택은 다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SIA가 리플 네트워크와 연결할 기술적 옵션을 갖췄을 뿐, 이는 단지 상호운용성 확보”라고 못 박는다. 한 금융기술 분석가는 “공급자 수준의 호환성을 은행 차원의 공식 채택으로 오인해선 곤란하다”며, ESMIG 공식 문서 어디에도 리플이나 XRP가 언급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유럽중앙은행 역시 현재까지 민간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의 제도적 채택을 인정한 적이 없다.

 

이 같은 논란은 기술적 호환성과 제도 통합의 구분이 모호한 가상자산 시장에서 잦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리플이 SIA 체인에서 지원된다는 사실은 상호운용성의 일환일 뿐, 유로시스템 전체의 결제 인프라 일부로 기능한다는 근거는 없는 셈이다. ECB나 유로시스템 당국의 공식 정책 문서에도 리플이 명시되지 않아 “통합”이라는 해석엔 무리가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와 관련, 유럽 금융 시스템의 블록체인 도입 신뢰성과 방향성, 그리고 시장 심리와 실제 정책적 채택 사이의 괴리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뉴욕타임스 등 주요 매체는 “가상자산 시장이 심리적 기대감에 따라 과잉 반응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향후 ECB의 공식 입장 표명과 관련 문서 공개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를 통해 기술적 가능성과 제도 채택의 차이를 냉정히 구분해야 하며, 투자 판단은 공식 문서와 근거에 입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앞으로 유로시스템이 블록체인 기술을 얼마나 폭넓게 도입할지, 또 특정 민간 플랫폼의 공식 채택 여부가 국제 금융 질서에 어떤 변화를 줄지 주목된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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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xrp#유로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