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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도 장수 치료제”…브라이언존슨, 커피 재개 노화실험 새국면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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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 역전을 목표로 극단적 회춘 실험을 이어온 미국 IT 업계 출신 억만장자 브라이언 존슨이 커피를 다시 마시기 시작했다. 수년간 카페인은 수면의 질을 떨어뜨린다며 철저히 차단해 왔지만, 미국 툴레인대 연구진이 발표한 대규모 역학 분석 결과를 근거로 ‘오전 커피’의 장수 효과를 수용한 것이다. 장수·바이오해킹 시장이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생활습관까지 재설계하는 국면으로 옮겨가는 흐름과 맞물려 주목된다.

 

영국 매체 보도에 따르면 존슨은 연간 약 200만 달러를 투자하는 개인 노화 방지 프로그램에서 카페인을 완전히 배제해 왔다. 최근 그는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 4만여 명의 장기 데이터를 분석한 툴레인대 연구를 접한 뒤 “커피에 대한 관점을 바꾸게 됐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1999년부터 2018년까지의 데이터를 토대로 오전에 커피를 마시는 사람에서 사망 위험이 16% 낮고, 심혈관 질환 위험은 31% 낮게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연구팀은 하루 내내 커피를 마시는 집단에서는 이런 이점이 관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오후나 저녁 시간대 카페인 섭취가 수면 구조와 호르몬 리듬을 교란해 긍정적 효과를 상쇄했을 수 있다는 해석이 제시됐다. 카페인의 반감기, 즉 체내 농도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5∼6시간이라는 점이 근거로 언급됐다.

 

존슨 역시 같은 논리를 강조했다. 그는 “오후 3시에 마신 커피 한 잔도 밤 9시에는 체내에 절반가량 남아 있다”며 “이 잔여 카페인이 수면의 질을 떨어뜨려 전반적인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수면을 면역 기능과 대사 조절, 뇌 노폐물 청소에 관여하는 핵심 요소로 규정하며, 오후 이후 카페인 섭취를 회춘 전략의 금기 항목으로 유지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반대로 오전 중 커피 섭취에 대해서는 신진대사를 활성화하고 혈류를 개선하는 등 대사 측면의 이점을 긍정 평가했다. 그는 커피에 들어 있는 카페인과 100종이 넘는 폴리페놀, 즉 항산화 물질이 만성 염증을 억제하고 뇌세포를 보호한다는 기존 연구들을 언급했다. 세포 내부 손상 단백질과 불필요한 구성 요소를 제거하는 자가포식 과정을 자극해 노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견해도 덧붙였다.

 

장수 산업에서는 커피를 독이 아닌 ‘복용량에 따라 효과가 갈리는 약’으로 보는 시각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커피는 혈압 상승, 위장 자극 같은 부작용 우려 때문에 회피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최근 역학 연구에서 특정 시간과 용량을 전제로 했을 때 심혈관 보호, 제2형 당뇨 발생 감소, 신경퇴행성 질환 위험 감소와 관련된 통계가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존슨의 커피 재도입은 이런 학술 동향을 개인 맞춤 회춘 프로토콜에 직접 반영한 사례로 해석된다.

 

브라이언 존슨은 18세 수준의 생물학적 연령을 목표로 전신을 실험 플랫폼처럼 활용하고 있는 인물이다. 2023년에는 10대 아들의 혈장을 자신의 몸에 주입하는 시술까지 시도해 논란을 불렀다. 이후 여러 임상 전문가 자문을 거쳐 혈장 교환의 효용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오자 해당 시술을 중단하고, 수면 위생, 영양 조절, 운동, 정신 건강 관리 등 생활습관 개입 비중을 높이고 있다.

 

이번 커피 복귀는 그 연장선에서 해석된다. 극단적 시술 중심에서 벗어나, 대규모 인구집단 데이터를 활용한 근거 기반 생활습관 설계에 무게를 싣는 방향 전환이다. 바이오테크 기업과 장수 스타트업들이 유전체 분석, 혈액 바이오마커, 웨어러블 센서 데이터를 통합해 개인별 ‘최적 섭취 시간대’를 제안하는 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존슨의 행보는 시장 관심을 자극하는 마케팅 효과도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카페인 효과가 개인의 유전적 특성과 간 대사 능력, 기존 질환 유무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커피가 심혈관 위험을 낮춘다는 결과가 평균적인 통계라는 점에서, 특정 심장 질환 환자나 임산부, 수면장애 환자에게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연구 설계상 인과 관계보다는 상관 관계에 더 가깝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

 

그럼에도 노화 방지와 장수 산업에서 카페인을 ‘분자 수준의 생활약’으로 보려는 시도는 계속될 전망이다. 수면, 식단, 운동처럼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은 요소를 정밀하게 조정하는 것이 노화 속도를 늦추는 데 가장 비용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계는 브라이언 존슨의 실험이 얼마나 과학적 검증을 거칠지, 또 커피를 둘러싼 장수 논쟁을 어디까지 확장시킬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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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존슨#커피#툴레인대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