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해군 함정 수리도 지역과 함께”…한화오션, 부산·경남 MRO 동맹 확대
국방산업 경쟁과 지역 일자리 창출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방산 대기업과 지방 중소업체 간 상생 모델이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 해군 함정 정비를 둘러싸고 한화오션과 부산·경남 지역 조선·정비업체들이 공동 전선에 나서며 국내 함정 MRO 생태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한화오션은 19일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 USNS Wally Schirra 호의 추가 MRO 유지·보수·정비 사업을 부산·경남 지역 중소 정비업체와 협력해 본격 재개했다고 밝혔다. 작업 현장은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가포신항으로, 수심과 부두 환경 등에서 함정 정비에 적합한 입지를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월리 쉬라호는 4만3천700여t급 전장 210m, 선폭 32m 군수지원함으로, 지난 5일 마산가포신항에 입항했다. 한화오션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올 3월까지 약 6개월간 선체·기관 정비 등 선행 MRO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쳐 미 해군의 신뢰를 확보했으며, 이 실적이 추가 정비 물량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한화오션은 지난 5월 지역 조선소와 정비업체 15곳과 함께 함정 MRO 클러스터 협의체를 꾸렸다. 이번 사업에는 이 가운데 해운 항만 전문기업 삼양마린그룹을 포함한 10여 개 지역 전문 협력업체가 참여했다. 각 사는 내부 리모델링, 기자재 점검, 선체·갑판 보수 등 세부 공정을 나눠 맡고, 한화오션이 종합 관리와 품질 보증을 담당하는 구조다.
이날 마산가포신항 현장에서는 안전모와 형광 조끼를 착용한 협력업체 직원들이 부두와 선상 곳곳에서 배관 점검, 도장, 설비 교체 작업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삼양마린그룹은 선내 공간 활용 개선과 승조원 생활 환경 개선을 위한 내부 리모델링 공정을 중점 수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양마린그룹 관계자는 보도자료를 통해 국가 전략산업 참여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국가 핵심 전략산업인 함정 MRO 사업을 한화오션과 함께 추진하게 돼 지역 해운 항만물류 전문기업으로서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한화오션은 이러한 민간 협업 구조가 해외 군수지원함 정비 물량을 국내로 유치하는 데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월리 쉬라호는 마산가포신항에 약 50일간 머물며 선체와 기관에 대한 점검 및 수리, 내부 리모델링 등 종합 정비를 받는다. 정비 인력과 선원 등 300여 명이 이 기간 인근에 체류하며 자재 조달과 생활 소비 활동을 병행해 숙박·식음료·물류 분야 등 지역경제에 단기 수요를 발생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선박은 정비를 마친 뒤 오는 12월 중순께 미 해군 측에 인도될 계획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월리 쉬라호의 MRO를 성공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그 범위를 지역 업체와의 상생 구조로 확장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함정 MRO 클러스터 협의체를 통해 국내 기술과 인력을 체계적으로 결집하면 해외 해군 함정 수주 경쟁에서도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화오션은 최근 들어 함정 MRO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회사는 지난 8월과 9월에 월리 쉬라호뿐 아니라 영국과 캐나다 해군 함정의 MRO 사업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사례가 한화오션의 함정 MRO 기술력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신호로 보고 있으며, 연쇄 수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방산 업계와 지방자치단체들은 함정 MRO 분야가 고급 기술 인력과 지역 일자리를 동시에 창출할 수 있는 산업으로 주목하고 있다. 특히 미 해군과 북미·유럽 국가 해군의 수명 주기 관리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 조선·정비 인프라를 활용한 해외 함정 정비 수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화오션은 이번 성과를 발판으로 캐나다와 폴란드 등 해외 함정 수출 및 MRO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향후 정부와 지자체도 항만 인프라 개선과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연계해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여, 국내 함정 MRO 산업을 둘러싼 경쟁 구도는 한층 더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