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대장질환 증가”…인식 개선이 치료 환경 좌우
한국이 지난해 말 공식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대장항문 질환은 노년기 건강 문제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변비, 치핵, 변실금 등의 환자 수가 급증하는 가운데 ‘부끄럽다’는 인식이 고령층의 조기 진단과 치료 접근성을 떨어뜨린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대장항문 질환 역시 심혈관, 당뇨와 함께 노년 일상 질환으로 인식돼야 하며, 검진 공포와 사회적 낙인을 없애는 의료 환경 조성이 중대 과제”라고 분석한다.
체계적 조사에 따르면 국내 변실금 환자가 150만 명을 넘어서고 있지만,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정순섭 대한대장항문학회 이사장은 “고령층은 항문과 대장 증상을 부끄럽게 여기며, 이에 따라 검진을 회피하고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일이 많다”고 밝혔다. 실제 학회의 조사 결과, 변실금 환자의 32% 이상이 ‘외출이 어렵다’, 22%가 ‘냄새 문제’를 호소하며 심리적 위축과 사회적 고립을 겪는 것으로 집계됐다.

기존에는 변비가 ‘가벼운 증상’으로 여겨졌으나, 고령자의 경우 약물 남용으로 장내 미생물 균형이 무너지고 인지 기능 저하 등 2차 건강 문제가 유발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노인 1인이 평균 12개가 넘는 약물을 복용하고, 변비 치료제가 중복 처방되는 경우가 상당해, 자가처방과 오남용 위험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논의는 기존 대장항문 질환 관리 방식의 한계를 드러냈다. 정 이사장은 “노년기 변비, 변실금, 치핵 등은 결코 숨길 일이 아니라, 조기 진단과 전문적 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라면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영상 등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사전 교육과 QR코드 기반 인포그래픽 자료, 다양한 홍보 활동이 모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현장의 공감적 접근이 환자 심리적 부담을 줄이고 검진율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 대장암은 조기 증상이 거의 없어 정기 대장내시경만이 유일한 조기 진단법이라는 점에도 힘이 실린다. 고령층에서는 전형적인 출혈·변비가 아니라, 묵직함·복통·빈혈 등 비특이 증상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아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대장암은 조기에만 발견하면 완치율이 90%를 넘지만, 노년층의 늦은 접근성 때문에 치료 골든타임을 놓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디지털 헬스케어를 활용한 질환 교육과 인식개선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모바일 기반 자기진단, 디지털 캠페인,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환자 맞춤형 건강관리 등도 국내에서도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초고령사회 대장항문 질환에 대한 인식 개선이 치료 성공률을 높이고, 건강 수명 연장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산업계는 이번 논의가 노년기 대장질환 관리 방식에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