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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엔진 깃든 ‘붉은사막’”…펄어비스, 창의성 내재화 전략이 게임산업 흔든다
IT/바이오

“독자 엔진 깃든 ‘붉은사막’”…펄어비스, 창의성 내재화 전략이 게임산업 흔든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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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어비스가 게임 내 창의성과 표현 자유 극대화를 목표로 독자 게임엔진 내재화에 나섰다. 상용 엔진 의존도가 높은 시장에서 펄어비스는 검은사막 엔진 경험을 바탕으로, 2024년 4분기 신작 ‘붉은사막’에 ‘블랙스페이스’라는 차세대 엔진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단순한 기술 독립이 아니라 개발 철학과 기술력을 게임 전반에 녹이겠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이러한 행보를 기술 내재화 경쟁의 분기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회사는 최근 자체 유튜브 영상에서 “글로벌 기준을 만들기 위해 상용 엔진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인 설계로 게임세계를 완성해간다”며 독자 엔진 전략의 의미를 설명했다. ‘검은사막’ 개발 초기부터 구현하고자 하는 세계의 질감, 조명, 리듬, 속도에 맞춘 전용 엔진을 도입하고, 10여 명 내외의 소규모 개발진이 게임과 엔진을 동시에 직접 제작한 경험을 강조했다.

검은사막은 2014년 공개 후 압도적인 그래픽, 방대한 콘텐츠, 실시간 라이브 서비스로 누적 5500만 명 이상 이용자를 기록하며 글로벌 흥행에 성공했다. 2018년 리마스터에서는 물리 기반 렌더링, 이미지 기반 조명, 고급 후처리 기법 등 첨단 그래픽 기술을 대거 도입해, 동장르 상용 엔진 게임 대비 차별적인 몰입감을 인정받았다. 선택형 그래픽 옵션 등 이용자 저변도 넓혔다. 이런 점에서 펄어비스의 기술 내재화 전략은 라이브 업데이트, 커스터마이징, 성능 대응 등 실질적 운영까지 감안한 효과로 해석된다.

 

차세대 엔진 ‘블랙스페이스’는 ‘붉은사막’, ‘도깨비’, ‘플랜 8’ 등 여러 상황에서 활용될 예정이다. 새 엔진은 실시간 캐릭터 표정 변화, 대규모 동시 전투, 도시 수준의 환경 밀도 등에서 고난도의 그래픽과 AI, 네트워크 성능을 구현할 수 있게 설계됐다고 한다. 이를 위해 그래픽, 렌더링, AI, 네트워크, 데이터 관리 등 엔진 전 영역의 구조를 재설계했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상용 엔진으로는 구현이 어려웠던 대규모 인게임 리얼리티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글로벌 게임산업에서는 언리얼, 유니티 등 범용 엔진이 대세지만, 텐센트, 소니 등 일부기업이 자체 엔진 내재화로 차별화 시도를 하는 추세다. 일본, 미국 등 선진사들도 내부 도구 제작 능력을 경쟁력으로 키우고 있다. 반면, 독자 엔진은 개발 기간과 비용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도 있다.

 

정책적으로도 게임 소프트웨어 기술 내재화는 국가 디지털 경쟁력과 맞닿는 사안으로, 정부 차원 고도화 지원 요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독자 엔진이 글로벌 표준과 호환성, 성능 안정성, 데이터 관리 등에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본다.

 

펄어비스 측은 “자체 엔진 구축은 기술 이상으로, 개발과 창작의 자유 그리고 이용자 경험의 질적 도약을 동시에 추구하는 밑바탕”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향후 블랙스페이스 엔진 상용화가 국내외 게임산업의 경쟁구도와 기술 내재화 트렌드 확산의 계기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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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어비스#블랙스페이스엔진#붉은사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