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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바쁜 시간 낼 가치 있나 생각 들 수도”…이재명, 대전 타운홀에서 시민 민원 쏟아진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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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바쁜 시간 낼 가치 있나 생각 들 수도”…이재명, 대전 타운홀에서 시민 민원 쏟아진 현장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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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민원과 사회 현안이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함께한 대전 타운홀미팅에서 300여 시민의 현장 목소리가 쏟아지는 가운데, 민원성 발언을 두고 질서 유지를 놓고 긴장감도 감돌았다. 대통령제 하에서 시민과 통치권자의 직접 소통 방식이, 정국 운영의 새로운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7월 4일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충청의 마음을 듣다’란 이름으로 두 번째 타운홀미팅을 개최하며 약 2시간 30분에 걸쳐 시민들의 즉석 질문에 응했다. 이날 행사에는 선착순 입장한 300여명의 시민이 참석해 소상공인 악성 채무, 과학기술 발전, 직군별 처우 등 현장의 다층 민원을 집중 제기했다.

소상공인 지원 방안에 대한 질의가 이어지자, 한 변호사는 “소상공인의 채무가 보통 1억5천만원 정도로, 죽음의 문턱까지 몰린 사례를 다수 접한다”고 말했고, 채무 조정 과정에서 신용정보등록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파산하면 일정 기간 금융 거래에 제한이 있다는 것이냐”고 재차 확인한 뒤 “알겠다”며 현장 대응을 약속했다. ‘성실 상환자’를 위한 별도 지원책 필요성도 논의됐다. 대통령은 “이번 추경 사업에 성실 상환자 대책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다. 활용하시라”며 금융위원회 권대영 사무처장에게 직접 설명을 요청하기도 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이 분이 그 분입니다. 이번에 부동산 대출 제한 조치를 만든 분”이라며 권 사무처장을 언급했고, “잘하셨다”고 치하했다. 그는 덧붙여 “빚진 소상공인이 집단 토론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하라”며 공무원들에게 현장 민원의 적극 수렴을 주문했다.

 

다만 진행 초반 소상공인과 연구자 중심의 정책 논의가, 후반부로 갈수록 주제를 벗어난 개인 고충 토로로 번지면서 행사 분위기는 다소 과열됐다. 일자리 불안정, 임금 문제, 경찰 행정, 지역 민원 등 각종 청원이 터져나왔고, 일부 시민은 울먹이기도 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개인 이해관계에 관한 얘기만 하면 대통령이 바쁜 시간을 내 이렇게 다닐 가치가 있나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았다”며 현장 소통의 명확한 한계도 언급했다. 비정규직 여성 근로자의 고충을 들은 뒤에는 “개인적 사안은 민원 상담 창구로 보내달라.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자”고 설득했다.

 

민원성 발언이 계속되자, 그는 “‘개인 민원을 여기서 해야지’라고 나오면 끝이 없다. 서둘러 진행하자”고 비교적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 타운홀미팅은 질의응답이 길어지면서 당초 예정됐던 1시간 30분보다 1시간가량 더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민원서류만 제출하면 될 일인데 저렇게 시끄럽게 모여야 하나 하는 시선도 있겠지만, 시민과 소통하는 과정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힘주어 전했다. 이어 “공통 과제에 대한 의견을 듣고 타당하다면 양보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다소 난잡했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고생하셨다”고 말하며 자리를 정리했다.

 

이날 국회와 정치권은 대통령의 현장 소통에 대해 “구체 민원을 청취하는 기획이 신선하다”는 평가와 함께, “현안 정책 논의가 흐려질 우려도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현장 건의 사항 중 시급한 현안부터 검토에 나설 계획이다.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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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타운홀미팅#금융위원회